김학찬 향우가 2016년 출간한 자서전 <서울 중심을 사랑한 생태일꾼>(제2집)에 이어 시집 <바다를 품은 다랭이 마을>(제3집)을 지난달 출간했다. 
김학찬 향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김수로왕 후예인 고(故) 김정국씨와 한덕아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조부는 참봉 출신으로 이 마을 초대 이장을 지낸 고(故) 김기선 옹이시다. 부친은 활달한 청년사업가로 이 나라 잠수업계(일명 모구리 배)의 선두주자였다.  1970년대에 잠수기 선주는 10명 이내였으며, 군내 감세율 1위 때도 있었다. 다랭이마을은 한반도 남단의 바닷가로 천혜의 풍광과 우수한 자연생태로 국가지정문화재 128호 등재된 곳이다.
김 향우는 1975년 <불량건물 정비방안과 수도권 인구분산책> 논문집을 펴냈다. 두 번째 저서인 <서울 중심을 사랑한 생태일꾼>은 서울시 주택정리분야, 가로정비분야 공무원으로 산 34년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한 책으로, 2016년 11월16일 고려대 평생교육원 207호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책은 고려대 도서관과 여러 대학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다. 책에는 서울이 한창 성장하던 1970년대에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시 군데군데 무허가 건축물이 생겨나고 이로 인한 무질서와 혼돈이 가득했던 시절, 서울 중구청, 동대문구청 주택정리 실무자로 중구주택정비계장, 가로정비계장을 지내며 무허가 건축물을 정리한 과정이 210여 쪽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살펴보면 서울과 함께 한 저자의 시간들이 사진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1975년 불량무허가 건물 정비방안과 무주택자에 관한 분산책을 추진한다. 1970년대에는 대도시, 소도시를 막론하고 불량무허가 건물이 넘쳐났다. 그는 이 주제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불량무허가 건물의 발생 과정, 철거민을 위한 택지 제공의 급조 과정, 철거민에 대한 대책 등을 알 수 있다. 이때의 나라사랑, 이웃사랑, 자신을 사랑한 흔적들을 이 책에 담았다. 소중히 간직하고픈 사진으로 바라본 기억들, 빠뜨리기 아쉬운 기억들, 그가 걸어온 발자취가 사진으로 담겨있는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은 고려대 도서관과 타 대학 기록 보존실에도 보관돼 고려대 학생들의 도시계획 연구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김 향우는 당시 “이 책이 나오도록 도와주신 이학영 박사, 이정서 교수 등 지인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나의 인생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도록 도와준 아내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많은 글을 써 백수 때도 출판기념회를 갖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학영 박사는 “김학찬 선생님의 저서 출판을 고려대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동료 교육원생 분들과 함께 경하드린다. 본 저서에서 자주 접하는 김 선생님의 패기 발랄한 과거 그 시절의 모습을 보면서 이 연세에 다른 이들은 본업에 손을 놓았지만 김학찬 선생님만이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생산적 삶을 영위하는 저력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책 곳곳에 면면히 자리한 과거 서울의 모습으로 추억에 물드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서울에 오래 거주한 독자들도 지난날 자신들의 살아왔던 곳곳을 되돌아보는 아련한 향수에 젖을 것이다”라고 저자의 인생과 책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또 “한국 근현대사에 남을 족적으로 빛바랬지만 당시의 생생한 현장 사진에서 김학찬이라는 당대의 인물이 어떻게 수도 서울 심장부에서 활동해왔는지 독자들은 간접 체험으로 확장 공감대에 함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고난과 질곡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본 저서는 해방 이후 수도 서울이 변해가는 모습을 공무원의 입장에서 세밀히 묘사한 것으로 후진들에게 교훈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본인은 강조하고 싶다. 또한 값진 노력에 대한 결과로 후대에 남을 귀중한 자료집으로도 그 가치가 빛날 것이다. 아직 근대화되지 않은 제3세계에서도 본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도시계획을 참고해도 된다고 본다”고 책의 가치를 설명했다.

김학찬 향우는 이 박사가 고려대에서 지도하는 작가 양성 아카데미 과정과 수생태 전문가 과정을 다년간 이수하고 있는 학구파다. 매 수업에 적극적인 참여로 타 원생들에게 멘토격 선배로서 그 열정과 노력이 젊은 학생 못지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박사는 “귀중한 책을 손수 집필하시어 많은 후학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표상이 되셨다”고 칭송했다.
이정서 교수는 “김학찬씨는 일평생을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아왔고, 아름다운 덕목과 훌륭한 성품으로 공직사회에서도 솔선수범하여 정부의 훈포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그의 배움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자기 변화를 찾기 위해 고려대 라이시움에 개설된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아 효능감은 그를 한결 푸른 바다와 같이 넓고 쇠 그릇처럼 굳세게 만드는 힘찬 에너지이자 탄탄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학구열이 뛰어나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처럼 작은 실천으로 김학찬은 실로 거인이 되었다. 외형의 체구보다 내면의 체구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라고 김학찬 향우를 평했다.
이 교수는 자서전 출간을 축하해 주는 속 깊은 의미에서 김학찬의 호를 청해(靑海)로 작명해주고 “길이 후세에 빛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 향우는 우리나라 장례문화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외딴 공동묘지 대신 집 인근에 평장을 하자고 정부에 건의해 채택되어 지금 평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김 향우는 노인들 치아 관리 지원에 대해 보사부와 국회에 1992년도에 건의해 현재 노인들에게 상하 임플란트 2개를 해 줄 수 있는 법이 시행되고 있다.

김 향우의 두 번째 저서 <바다를 품은 다랭이 마을> 출판기념회는 지난달 14일 고려대 라이시움 207호에서 열렸다. 고려대 평생대학원에서 수생태학 과정을 수강 중인 김학찬 향우는 이날 수생태학 동문들과 옛 서울시 동료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식을 가졌다.
고향 사랑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시로 엮어 <바다를 품은 다랭이마을>을 출간한 김학찬 향우는 인사말을 통해 “내 고향 가천마을은 바다와 맞닿은 산비탈을 일궈 벼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논 다랭이가 유명한 마을이다. 가천 앞 바다는 이충무공 정신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펼쳐져 있다. 고향을 생각날 때마다 혹은 살면서 좋은 깨달음이 있을 때마다 시를 적었고 오늘 그 시들을 모아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생태환경문학회 회장이며 생태작가아카데미 교수인 이학영 박사는 “김학찬님의 시는 참으로 순수하다. 깨끗한 마음이 남해바다처럼 출렁이며 우리가 잊어가는 토속 천연향수를 일깨워준다. 다랭이논 정기아래 태어난 이 파릇한 시의 향기가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며 일생 책을 벗 삼아 배움을 옆에 끼고 고려대 안암 언덕을 오르시는 백세까지 청년학도 김학찬 문우님의 열정에 찬가를 보낸다. 세세년년 건필하시어 또 다음 저서를 기다리는 우리들 마음을 바다를 품은 다랭이 마을이 되어 보듬어 주소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저서는 김 향우의 시 66편을 엮은 시집이다. 1부 ‘바다에서 온 편지’, 2부 ‘가을엔 입이 열리고’, 3부 ‘목수’, 4부 ‘세월이 가는 거지’ 등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김 향우의 삶의 지혜가 알토란처럼 담겨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