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스님 - 홍현암에서 시금치에 대한 사랑 무지개 빛깔로 빚어내다
정덕스님 - 홍현암에서 시금치에 대한 사랑 무지개 빛깔로 빚어내다
  • 박서정 기자
  • 승인 2017.12.29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토에서 뽑힌 시금치 뿌리·무더기로 뿌린 씨앗이 준 선물

‘홍현’이라는 말을 제일 아름답게 발음하는 정덕스님은 ‘홍현암’에서 묵언정진하며 남해의 특산물인 시금치사랑에 흠뻑 빠져 있다. 갑자기 만나 뵙기를 청했을 때 계획하고 사는 삶에서 약간 방해가 되었을 텐데도 흔쾌히 수락을 해 주셔서 감사했다. 마을회관 앞에 주차를 해도 되었지만 집 번지를 찾아가다보니 어설프게 좁은 대문 앞에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침 주변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서 어느 집인가 했는데 방금 스님이 빚어낸 냄새였다. 공들여 요리한 시금치뿌리튀김을 좌탁에 놓고 스님과 함께 마주했다. 시금치 잎만 먹고 버리던 뿌리가 튀김으로 활용되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소재가 되고 있었다. 냉이는 뿌리까지 먹었으면서 왜 시금치 뿌리는 그동안 버려졌는지 갑자기 버린 뿌리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얼굴빛이 아주 맑은 스님은 속세에서 생활할 때 사찰 음식을 개발한 선재스님을 만나 요리수업을 잠깐 받았고, 문화강좌를 통해서도 음식에 대한 식견을 넓혔었다. 다도를 하며 차인으로 지내기도 했고 한식 양식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식 일식 출장 요리도 열심히 배웠는데 출가를 한 뒤로는 모든 것을 끊고 오로지 부처님 말씀을 붙잡고 묵언정진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 사찰에서 공양주를 못 찾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잠깐 그 일을 맡아서하기도 했다. 선방 생활을 오래 하다, 어느 날부터 독살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거처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한번 보고 마음에 두고 있었던 집을 어느 분이 또 소개를 해줘서 이 집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인연법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스님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기에 손수 농사도 지어야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에게 휴경지를 소개 받아 미생물요법으로 땅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면서 작년에 300평의 땅에다 시금치 경작을 처음으로 시도했었다. 농사를 직접 짓기 위해 진주과기대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액비 만드는 법, 토양을 좋게 하는 방법 등을 미리 익힌 스님은, 배운 내용대로 농사를 지었는데 땅콩재배도 잘 되었고 시금치 농사도 잘 되었다. 사토였던 땅이 영양분을 잘 받아들여 건강하게 자란 후 시금치를 캘 때 뿌리가 잘 뽑혀 음식 개발이 된 것은 땅이 준 혜택이었다. 그동안 축적된 토양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농사를 짓다보니 여러 생각들이 창의적으로 도출된 것이다. 어느 날은 여름철에도 어떻게 하면 시금치를 먹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 건시금치에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건시금치를 생각한 계기가 어쩌면 이것이 더 먼저였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에 시금치 값도 없을 때였는데 씨앗이 무더기로 뿌려진 탓에 짜잘한 시금치들이 많이 발생했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 그것을 씻어 말려 정월대보름날 나물로 볶아 먹었더니 곤드레 밥보다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의 첫맛을 정말 잊을 수 없다” 스님의 음식 개발은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주어졌다. 뿌리가 잘 빠지는 땅이 튀김이라는 선물을 안겨줬고 무더기로 뿌린 씨 덕분에 건시금치가 탄생된 것이다. 가격이 저렴할 때 그것을 말려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기에 시금치 가치를 효율적으로 상승시키게 되고 농가소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금치튀김은 튀길 때부터 달짝지근한 맛이 나고 먹을 때는 입안에서 살살 녹기까지 한다. 주변에서 시식을 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어느 날 찾아온 서울 손님에게 튀김을 대접했더니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고 감동하며 이 음식을 개발하면 수요가 아주 많을 것이라는 덕담 한 마디도 덧붙였다. 실제 어린 아이가 그것을 먹어본 후 먹고 있던 과자를 버리고 더 달라고 했던 일화도 있다.   
남들은 쓸모없다고 버린 뿌리가 음식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음식솜씨가 좋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님은 어느 음식점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봤을 때 그 맛을 잊지 못해 그런 맛을 내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할지 스스로 연구하여 비슷한 맛을 재현해내곤 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 것이다’ 나름대로 상상을 해서 요리를 하면 그와 비슷한 맛이 어김없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먹어본 사람들은 “그때 먹어본 그 맛이야”라며 솜씨를 치하했다. 직접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그런 맛을 그려낸다는 것은 스님의 DNA속에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금치도 제초제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하기에 풀과의 전쟁을 치르긴 하지만 이런 농사를 짓는 것도 수행으로 여기며 즐기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마을사람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얼굴 한 번 안 찡그리고 웃으며 일을 하냐고 의아해한다. 여태껏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은 스님이 경작지를 널려 현재 1000여 평의 밭에 시금치 씨를 뿌리고 튼실한 수확물을 거둬들이고 여름에 들깨 참깨를 척척 재배하니 마을 사람들은 신기한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곳에서 스님의 농사 수행은 대성공으로 보인다.
스님이 마을에서 포교를 하게 된 까닭은 고창 선운사의 도솔암에 지장기도는 했지만 관음기도를 접해 본 기억이 없어서 향일암과 보리암에서 1주일간 작정기도를 하고 회향하고 내려오던 중에 가천다랭이마을에 언제 와 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가천 쪽으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이동 삼거리를 통과하면서 여기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천에 있는 펜션에서 3개월 정도를 지내다 관광지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 농가주택을 알아보던 중 이 빈집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남해에서 백일 정도를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홍현을 사랑하고 홍현 주민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탓에 주민등록도 여기로 옮기고 암자 이름도 홍현암으로 정했던 것이다. 
건시금치들깨된장국도 스님이 생각해 낸 음식인데 건시금치와 들깨를 이용해 조리한 된장국이다. 엽산과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와 항산화 활성물질이 높은 들깨를 넣어 된장국을 끓이면 영양적가치가 높고 더욱 고소한 된장국을 맛볼 수 있다. 이것 외에도 우리 남해의 특산물인 시금치를 이용한 음식을 더 개발한다면 앞으로도 새로운 음식명은 계속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여전히 어떤 사람에게는 시금치 뿌리튀김이라는 단어가 낯선 느낌을 주겠지만 실제 먹어보면 왜 빨리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 것이다. 
스님은 축제 때 향토음식점에서 특산물로 개발한 음식을 선보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말씀도 놓치지 않는다. 시금치를 개발하여 농가소득도 올리고 남해를 알리는 역할을 해 볼 의지가 아주 강했다. 음식개발연구소를 만들어 시금치를 이용한 음식은 물론 톳장아찌 잼 스낵 차 등도 구상을 하고 있었다. 혼자 추진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 일이니 뜻 있는 분들과 함께 이뤄나갔으면 하는 마음 가득했다. 
스님은 잠자리에 들기 전 자신에게 칭찬을 해 준다. ‘오늘 계획한 걸 다한 내가 참 대견하다. 내가 경작하는 밭이 깨끗하여 기분이 좋은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그런 기분일거야’ 스님은 마을 사람들이 더 잘 살도록 노력을 하고 싶어 귀농귀촌 책도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 심리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에 대한 내용들도 찾아본다. 시금치 사랑에 무지개 빛깔처럼 빠진 스님의 생활은 홍현에서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