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뱅스타 한추영 대표는 남해 설천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산에서 고교를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하였다. 첫 직장인 신라호텔에서 15년 정도 판촉 마켓팅 분야에 근무를 하던 중 좋은 빵에 대한 중요성과 좋은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이런 마인드를 계속 지닌 채 바쁜 서울 생활을 하면서 어느 날부터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어, 제주도와 강원도 서해안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남해를 와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다른 곳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해를 잠깐 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망운산에서 내려오는 구름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꼭 그 옛날 구례 화엄사 쪽에서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있을 때 느꼈던 안온함 같은 것이 온몸을 감싼 것이다. 그때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곳, 나의 고향인 남해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2013년도에 남해에 내려와 처음에는 얼마 되지 않은 논농사를 지었지만 농사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오랜 타향살이에 젖은 습성 때문에 편안하고 아늑할 것만 같은 고향에서 생각지도 않은 이질감을 느꼈고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적응이 힘들었고 우울한 나날들이 그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바로 잡은 후 무엇인가 다른 일을 찾던 중 남해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빵 만드는 공부를 접하게 되었다. 그도 모르게 매료되었는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5년째 빵 만드는 원리와 방법 등을 이론과 실기를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남해기술센터에서 남해의 여러 강소농(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들을 모아 1박 2일로 화순으로 견학을 갔고, 견학 갔던 빵집에서 빵을 먹어보고는 빵 맛이 좋은 이유가 궁금했던 나머지 비법을 물었더니 알려주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라는 차가운 숙제'만 남겼다. 그때 오기가 생긴 탓인지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며 ‘천연효모종’을 이용한 빵을 나름대로 개발하게 되었다.
“서울에 살 당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김영모 제과라는 집이 있었는데 그 당시 미처 생각지도 못한 천연발효 빵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이 나오는 이른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인기 있는 빵집이라는 것을, 그 줄은 말해주고 있었고 기다리다 먹는 빵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지금 내가 빵을 만들면서 그때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 먹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건강을 생각하고 미각을 일깨우는 그것을 만드는 게 지금 나의 당면과제이기에 천연효모 빵을 다양하게 개발해 남해 사람들, 더 나아가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손님들이 자꾸 문을 열고 들어온다. 행사장에 갔다 와 양복을 입고 있던 그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녹색의 앞치마, 빨간 모자, 흰 와이셔츠, 청바지를 깔끔하게 착용하고 빵에 대한 설명을 맛있게 덧붙이며 기분 좋게 건넸다. 필자는 그가 내려 준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며 ‘또 어떤 질문을 할까’를 주어진 틈새시간에 잠깐 생각할 수 있어 좋았는데 그는 오히려 미안해했다. 사람들은 빵이 맛있다고 서너 봉지씩을 사가기도 하고, 어떤 손님들은 “누가 선물로 사줬는데 맛있어서 또 사러 왔다”고도 했다. 그는 빵을 팔 때 이런 말을 듣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정성들여 만든 빵을 누군가가 알아 주구나’ 하는 뿌듯함이 몰려와 더 열심히 레시피를 연구하며 빵을 만들고 싶어진단다.
빵을 만들 때 쓰는 이스트에 대해 묻자 “이스트는 효모이지만 인위적으로 정제해 짧은 시간에 배양한 것이고, 대량으로 만들 때 균질한 맛을 내기 위해 개량제‧유화제 등 첨가물이 들어가, 그것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 하지만 천연발효종 효모는 다양한 효모종이 존재함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빵맛이 천차만별이고,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상당량 분해되어 소화가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천연효모종 특유의 향과 맛이 빵에 중독성이 생기게 한다. 이번에 독일마을축제 때 작은 부스를 하나 얻어 독일전통 빵인 크리스슈톨렌과 견과류빵인 르뱅스타를 만들어 팔았는데 모두 매진이 되었다. 빵에는 남해 명물유자와 건무화과를 넣어 만들었기에 특히 풍미가 좋았다는 평들이 있었다” 
지금은 소규모로 가정용오븐에서 구워내기에 대량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재료들도 다양하게 확보하여 특색 있는 빵을 만들 것이란다. 당근과 양파 등 다양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빵들을 만들 계획도 하고 있었다. 그는 무화과를 직접 재배하여 이미 재료로 활용하고 있었고 양파는 내년에 재료로 쓸 만큼 심어서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일자리창출도 되고 농부들의 농가소득에도 크게 기여할 길이 생길 것이라는 밑그림도 들려주었다. 
더 나은 빵을 만들기 위해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호텔 신라에 재직 중 거쳐 간 빵 명장들과 인터넷이나 카톡을 사용하여 정보를 공유하거나 대학원에서 같이 수학하는 명장들에게 빵에 대한 질의도 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경희사이버대학원에서 호텔외식 경영 MBA과정도 현재 밟고 있는 중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빵에 모든 걸 바치려는 각오가 모닥불처럼 세차게 타오르고 있음을 깊이 느꼈다. 남해에는 천연효모빵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없기에 일조를 하고 싶어 했는데 그 단추가 지금 막 꿰어지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한다. 그는 빵에 대한 공부를 몇 년 하다 보니 우리나라 누룩종에는 독특한 맛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지역마다 기후와 자연조건이 다르기에 같은 재료로 빵을 만들어도 만드는 곳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도 했다. 
현재 과일로 액종을 만들어 천연효모로 쓰고 있었는데 자기만의 비법으로 만들어 쓰기에 공개할 수 없다고 미안해한다. 좋은 효모는 100미터 앞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전문가의 후각이 잠깐 부러워진다. 특별한 냄새를 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 병에 담긴 채 선반에 진열돼 있다. 저것에 분명 숨은 비법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바라보았지만 겉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849년부터 액종을 계속 쓰고 있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모든 것은 개발하는 자의 손안에 있게 될 것이므로 어떤 것이 제일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일에 애정을 가지고 쉼 없이 연구하는 사람을 따라올 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빵을 만들 때마다 항상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는 빵을 잘 몰랐을 때는 이번에 성공할까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잘 굽히고 맛있는 색깔로 바뀌는 것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게 된단다. 빵 공부를 4년 동안 쉬엄쉬엄하다가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현재 업종을 바꿀 수 있는 자격증도 있을 뿐 아니라 관광통역안내원도 가능하고 그 외에도 옆길로 갈려면 얼마든지 길은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터를 잡고 빵을 연구하고 언제나 빵을 만들고 싶어 했다. 지금은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싹 씻어내고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있는 100프로 토착민이 되었다. 입은 복장이 잘 어울려 카메라 셔터를 자꾸 눌렀다. 순간 그는 고개를 들어 여유로운 미소를 보냈지만 필자가 돌아가고 나면 노릇노릇한 빵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파티쉐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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