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에 물대기'란 뜻으로, 남이 열심히 채워 놓은 물을 편안히 훔치는 얌체행위를 말하며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는것'을 의미한다. '아전인수'의 유래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雨)에만 의존하며 농사를 짓던 천수답(天水畓)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천수답시절엔 가뭄이 들면 농사를 망치는 일이 허다했다. 따라서 남의 논의 물을 몰래 빼가는 일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농부가 열심히 논에 물을 채워 놓으면 이웃 논의 게으름뱅이 농부는 밤에 몰래 옆 논둑을 헐어 자기 논으로 물을 훔쳐가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날이 밝으면 논두렁에서 고성(高聲)이 오가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시절이 언제 있었는지 추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전인수'의 3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 지형상으로 윗 논의 논둑을 헐어 아래 논에 물을 빼서 훔쳐가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남의 농사가 망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지극히 몰염치한 경우이다. 둘째! 저수지나 못 등에서 내려오는 수로(水路:물길) 전체가 자기 논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행위로, 공동으로 조성한 저수지 등을 모내기에 대비하여 물길의 한 부분을 논의 물꼬 부분과 연결하여 자기 논으로 끌어 들이는데, 이 때 자기 논 아래 논에도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일부 욕심 많은 사람은 아예 물 전체를 자기 논으로만 가도록 물길을 내어 '물꼬싸움'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셋째! 일본은 논의 경사도 등 기복이 심해 물을 관개(灌漑)하려면 이웃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 때 함께 협력하지 않고,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들이는 이기적인 경우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아전인수', 우리나라는 논을 답(畓)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수전(水田)이라 한다. 그래서 아답인수?가 아닌 '아전인수'가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아전인수'의 태도는 정의롭지 못하다. 지나치게 이기적이어서 공동체 이해관계는 전혀 고려조차 않기 때문이며 이런 태도가 갈등과 분쟁의 원천이 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공동체 의식 자체가 사라지고 인간 상호간에 균형과 공존은 조금도 볼 수 없는 억지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모습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조화를 깨뜨리는 건전하지 못한 자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했든가? 상생(相生)과 협력이 필요한 인간 삶의 원리를 무시하고, 세상을 오로지 자기 자신만 배부르면 잘 사는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행하는 부족하고 추(醜)한 모습인 것이다. '역지사지'(본보'17.05.19보도)는 상생의 길이요, '아전인수'는 상극(相剋)의 길이다. '역지사지'의 중요성과 실천은 말할 나위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아전인수'라는 적폐(積弊)를 걷어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다함께 '역지사지'의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입장)에서 생각하는 깨달음으로, 자기중심적 사고(思考)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전인수'와 비슷한 성어로는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자기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본보'15.08.28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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