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대답 대신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남에게 질문을 받고 분명하게 답하기 곤란할 때,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심정의 상태일 때를 ‘소이부답’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 성당(盛唐)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중 ‘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소이부답 심자한, 笑而不答 心自閑)’에서 비롯됐다.
<나에게 묻노니, 무슨 마음으로 푸른 산중에 사는가? 웃으며 답하지 않지만 저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 흐르는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니 별천지가 있을 뿐 인간세계 아닐세>
이태백 문집에 실려 있는 이 시(詩)는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한가로이 은거(隱居) 생활하는 시인의 평온하고 유유자적한 심리를 문답의 형식을 빌러 잘 드러내고 있다. 산에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어떻게 구구절절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설명하지 않는 것이 설명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소이부답 심자한’은 각기 별개의 의미를 지닌 두 뜻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시적(詩的) 분위기를 고취시키는데, 세속을 벗어나 자연 속에 은둔(隱遁)하는 한가로움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삼국시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제갈량(諸葛亮, 제갈공명)은 삼국지에서 ‘소이부답’은 제갈량 자신의 친구들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으면서, 정작 자신에 대하여 질문하면 그저 웃음으로만 답하는데서 유래하였다. 그래서 ‘제갈지능 불가량(諸葛之能 不可量)’이란 말도 있는데, ‘제갈량의 능력은 측청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제갈량은 백성들을 안정시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에 맞는 정책을 내는 등 마음을 열고 공정한 정치를 행하였다. 온 백성들로 하여금 그는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형벌과 정치는 엄격했는데도 원망하는 자가 없었던 것은, 사심을 버리고 공평했으며 상벌이 공정하고 형평성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제갈량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웃음으로 상대를 대했다. ‘소이부답’으로  남의 말을 경청하는 여유로움을 가졌다. 남에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싫어하거나 곤란할 때의 ‘소이부답’하는, 그 웃음에는 긍정과 부정이 함께 공존하면서 웃음의 이면은 자신만이 안다고 한다.
제갈량의 처세술(處世術)과 관련된 명언 중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고, 한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사람을 감동시켜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제갈량의 ‘소이부답’의 처세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