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하동 진교농협 농업경영개선자금 불법대출 사건 이후 공적자금 비리척결을 위한 검찰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된 가운데 정책적 의도를 고려치 않은 검찰의 획일적인 법규정 적용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지역농협 직원 2명과 농민 10명이 농업경영개선자금 대출과 관련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혐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후폭풍'이 한창인 지난 2000~2001년 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회생을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을 지원(10건/약 7억4000만원)키 위해 가축사육두수를 부풀리는 등 영농규모를 확대, 신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혐의에 대해 농협관계자와 농민들은 공문서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한 것은 잘못이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과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책적 의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은 당시 농업경영개선자금 성격은 정부의 실정으로 초래된 외환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스템의 복구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투입한 자금이였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공문서를 위조한 것은 잘못이지만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혜택을 주기 위해 가축사육두수를 다소 확대해 신고했던 것이지 개인 또는 친인척 이익을 위해 착복한 것이 전혀 없어 법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의도에 따른 자금의 성격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농가들은 농신보(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2년 거취 3년 분할상환에 연 6.5%의 저리인 경영개선자금은 활용, 농협의 기존 채무를 돌려 막았을 뿐 자금을 지원 받지 않았다"면서 "농업인이 아닌 상인이나 친인척에게 불법대출한 사건과는 다르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협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이들이 농업인이였다는 점보다 현재 직업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허위서류 작성을 통해 농신보에 큰 손해를 입혔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농민단체와 지역농가들은 이번 사건이 앞으로 농촌에 투여될 119조원의 투융자에 따른 경고성 처벌이나 일부 농협을 대상으로 한 타겟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내용과 당시 정책적 의도를 감안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 관리부실 누구의 책임인가

정경유착, 부실기업, 부실금융 등으로 초래된 외환위기를 극복키 위해 과거 김대중 정부는 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이중 절반이 현재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검찰은 공적자금 불법 사용을 엄단키 위해 농협직원과 농민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기획 수사에 나서고 있다.    
수출위주의 경제발전 정책으로 많은 농민이 농촌을 떠나 본의 아닌 구조조정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농가들은 평균 3000만원대에 이르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에게 외환위기 당시 사용한 공적자금에 잘못이 있었는지 묻고 앞으로 투입될 119조 투융자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관련 기관에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적자금을 횡령하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들에게는 지위 고하를 떠나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공적자금을 횡령 또는 유용한 것이 아니라 농가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소 사육 두수를 확대해 준 농협직원과 관련 농민들을 당시 정책적 의도에 대한 감안 없이 법규정에 일괄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업분야에 투입된 공적자금보다 부실기업과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10배 이상인 현실에서 노령화된 농민과 관련기관에 공적자금의 책임을 묻기 전에 국고에 회수됐어야 할 돈을 이익으로 회계처리한 기업과 은행의 경영진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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