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군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보면 체험마을 사무장 채용공고가 유난히 눈에 자주 띈다. 사무장 채용공고는 해마다 있는 일이기는 하나 올해는 특히 그 빈도가 높다.

이유를 확인해 보니 군내 17개 체험마을 중 올해 사무장이 교체됐거나 교체가 불가피한 마을이 총 8개 마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무장들은 대체적으로 체험마을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경험이 많은 이들도 있다. 사무장으로 활동할 수 있을 만한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최소 2년 내지 길게는 5년 이상 체험마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 사무장들의 ‘탈(脫) 체험마을 현상’이 올해 유난히 두드러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복수의 체험마을 관계자들은 사무장의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이 가장 주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한 체험마을 관계자는 “사무장들이 중앙정부의 기본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마을에서 합의된 임금을 주된 수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특히 가정이 있는 대다수 사무장들은 사무장 업무로 인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이 사무장들의 열정이나 사명감을 짓누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이들 중 일각에서는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드는 이도 있다. 사무장의 임기는 각 체험마을별로 정해져 있으나 고용불안정을 이유로 꼽는 이들의 경우 상당수는 체험마을에서 올라오는 수익의 정산이나 배분 등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업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다보니 마을 주민들과의 사소한 갈등을 빚어 자의든 타의든 사임하게 되고, 체험마을 운영에 따른 인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이같은 갈등이 재임용조차도 어렵게 하는 구조가 되면서 끊임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일부 마을에서는 이미 이같은 갈등으로 인해 마을 출신의 사무장이 사임하고 타 체험마을에서 사무장 경험을 쌓은 이들을 모셔와 운영을 맡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연고가 없는 마을에서 장기간 사무장으로 활동하기는 여러모로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당수 사무장들의 전언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어촌지역 상당수에서 고질적인 사회병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이라는 자연환경을 활용해 체험마을을 조성, 관광과 접목시켜 마을 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공동체의 회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체험마을이 이같은 마을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지적도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체험마을이 조성된 취지를 제대로 구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 사무장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내부에서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무장과 마을 주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 신뢰가 기반돼야 하겠으나 우선 이같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체험마을 전체의 획일화된 업무시스템 정비와 매뉴얼의 마련, 수익 정산 및 배분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회계시스템 등 업무인프라의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사람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으나 이같은 내부의 갈등과 구조적인 처우 열악으로 인해 장기간 체험마을 조성의 노하우를 직접 체득한 사무장들의 사임이 이어지는 것은 체험마을로서는 가장 큰 손실이다. 상품도 포장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기획에 따라 대박이냐 쪽박이냐가 갈린다. 군내 체험,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주목을 끌었던 군내 체험마을, 이들 마을의 부활을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반짝하는 지원과 관심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책과 체험마을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방안의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다소 아쉽다. 요즘 들어 눈에 띄는 사무장 채용공고를 보는 맛이 씁쓸한 이유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