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 원전사고 다룬 영화 ‘판도라’ 상영철회…배후설 주장

보물섬시네마, “협의되지 않은 ‘특별상영회’, 공익시설 입장과 배치”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정국 혼란 속에서 전국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군내에서 보물섬시네마와 박근혜퇴진남해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공동 상임대표 정문석·김국진·고재성·이주혜)측이 갈등을 빚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일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짧게 상황을 요약하면 운동본부 측은 자체 행사의 일환으로 원전(原電) 사고를 주제로 한 영화 ‘판도라’ 단체 관람을 추진했고, 보물섬시네마측도 당초 편성된 영화 상영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이 일정에 보조를 맞췄으나,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등장으로 인해 단체관람이 예정됐던 상영일정을 철회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운동본부측은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까지 강하게 반발, 보물섬시네마측의 상영철회 결정에 “배후가 있다. 그 배후를 밝히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으며 보물섬시네마측은 “당초 협의과정에서 ‘특별상영회’라는 주최 측의 설명이나 협의는 없었다”며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박근혜퇴진운동본부 기자회견은 왜 열리게 됐나?

지난 11일 오후 군청 브리핑룸에서 운동본부 김광석 홍보이사는 먼저 이번 ‘특별상영회’ 개최 취지에 대해 “제9차 수요촛불문화한마당을 진행하는 1월 11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뜻에서 원전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를 단체로 관람한 뒤 원전에 대한 군민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위한 초청강연회를 개최하려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운동본부측이 배포한 기자회견문 및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추진경위를 살펴보면 운동본부는 지난달 30일 보물섬시네마 조은정 관장을 만나 이같은 단체관람 취지를 설명하고 1월 11일 오후 4시경 영화 상영 편성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3일, 보물섬시네마 관계자로부터 11일 오후 4시 50분에 영화 ‘판도라’ 상영일정이 편성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후 운동본부는 남해시대신문에 안내기사 게재를 요청했고, 남해시대신문은 지난 10일 발행분 1면에 ‘영화 판도라 특별상영회 및 초청강연회’ 안내기사를 게재했다.

김광석 홍보이사에 따르면 이 안내기사가 보도된 뒤 보물섬시네마 조은정 관장으로부터 연락이 와 “왜 사전협의 없이 신문기사를 냈느냐, ‘특별상영회’라는 말로 마치 보물섬시네마가 행사를 주최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게 됐다. 공익영화관에서 정치적 사안에 얽히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후 작은영화관 협동조합 관계자와도 협의했지만 상영 철회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홍보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물섬시네마측과 협의된 영화상영일정이 철회, 운동본부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을 두고 “우리 본부는 보물섬시네마측의 행위를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폭거’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뒤 “영화관측에 상영철회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배후는 과연 누구겠는가?”라며 소위 ‘배후설’을 제기했다. 운동본부측은 제기한 ‘배후설’의 주체는 누구로 추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운동본부를 무시해도 될 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로 의심한다”고 답했다. 이 답변 이후 김 홍보이사는 배후의 주체를 “인사 또는 보조금 지급권한을 가진 자 중 한 사람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보물섬시네마측의 입장은?

이같은 운동본부측의 항의와 ‘배후설’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보물섬시네마측의 입장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요약하면 운동본부측과 협의한 내용은 단순히 ‘일반적인 단체관람’이었지 남해시대신문에 게재된 것처럼 ‘특별상영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물섬시네마 조은정 관장은 “지난달 29일, 처음에는 자신을 ‘군민’이라고 소개하면서 약 50여명 정도의 인원이 영화 ‘판도라’ 단체관람을 할 수 있겠냐는 의사를 물어왔고, 이후 협의과정에서 박근혜퇴진남해운동본부 관계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초기 경위를 설명했다.

조 관장은 “협의과정에서 단 한 번도 ‘특별상영회’라는 명칭의 행사라는 것은 논의되지도 않았고, 단체관람 이후에 이어지는 초청강연회 일정도 전혀 듣지 못했다”며 “남해시대신문 보도가 있었던 10일부터 일반 군민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문의가 쇄도해 확인해 보니 ‘특별상영회’라는 이름으로 안내기사가 게재됐고, 마치 보물섬시네마가 주최 또는 참여하는 형태의 행사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해 상영철회 입장을 전달하게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조 관장은 특히 “박근혜퇴진운동본부가 단체관람을 한다는 것에 정치적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고, 50여명의 인원이 영화 ‘판도라’ 단체관람을 희망해 당초 편성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반적인 단체관람’ 편의를 제공 하고자 했는데 이해하기 힘든 논란으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고 상영철회에 대한 항의전화가 폭주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조은정 관장은 “보물섬시네마는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작은영화관이다. 이런 공익시설이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는 것 자체도 옳지는 않으나 이 논란의 핵심은 우선 협의과정에서부터 그 어떤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행사 기획이 이뤄지고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돼 군민들에게 보물섬시네마가 마치 정치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 핵심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조은정 관장은 운동본부측이 상영철회 결정에 영향을 미친 누군가가 있지 않나 하는 소위 ‘배후설’에 대해서는 “거듭 얘기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논의되지 않은 행사가 보물섬시네마에서 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 사안은 ‘일반적인 단체 관람’이었지 절대 ‘특별상영회’는 아니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결정한 일을 두고 배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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