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엉터리가 어디에 있어.”
정성껏 제대로 엮어서 발수(길이)가 나오도록 엮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 아니! 지붕에 짚단 올려 줄 사람 어디 있어? 이렇게라도 넣어 두어야지.”
돔백이는 그렇게 받아쳤다. 밀주 단속에 걸려들어 증거물인 밀주 동이를 안주인이 머리에 이고 양조장까지 가게 되었다. 빚어 놓은 밀주도 빼앗기고 양에 따라 엄청난 벌과금을 물게 되었다. 마침 두엄을 저 나르든 돔백이가 바지게를 들이대며 자기가 지고 가겠다고 하니 밀주단속 세무 관리는 좋다고 생각되어 짐을 지었다. 돔백이는 짐을 지고는 얼른 따라가질 않고 딴전 피우고 머뭇거리니 그 단속 관리 재촉한다.
“빨리 가요.”
돔백이 짐을 밀면서 재촉했다.
“어어어! 왜이래! 사람을 밀어!”
돔백이는 밀려 넘어지는 척 비실비실 하다가 짐을 진 채 넘어졌고 밀주 동이는 사정없이 박살났다.
“아이쿠야.”
그 관리는 번연히 속은 것이라 분하지만 짐꾼에 손댄 것이 사실이고 물적 증거도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어쩌다가 밥 대신 죽을 끓여 와서
“밥이다 셈치고 드시우” 하면, “비온다 셈치고 쉴랍니다.”
그때는 담배도 밀경작해서 ‘쥐이기’를 쌈지에 넣어갖고 다니면서 피웠다. 담배도 전매품이라서 취체 관리에 적발되면 벌과금을 물게 된다. 하루는 논일하면서 곰방대로 피었는데 냄새나 연기가 표 난다.
“영감. 담배쌈지 이리 내어 놓으시오.”
지나가던 관원이 단속하면 돔백이 성난 얼굴로 빤히 바라보면서 대꾸한다.
“야이 이놈의 세상 더러워서… 담배 피우는 것도 간섭 받어… 응에익 내 다시는 담배 안 피울란다!”
그냥 담배쌈지와 곰방대를 진흙탕에다 밟아 넣어 버렸으니 단속 관원도 어쩔 수 없었다. 때는 일제가 최후 발악하던 시대라서 얼핏하면‘다 되어가는 세상’이라는 반일적 언사가 유행하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무심코 이런 소리가 입에서 자주 튀어나온다. 고등계 형사들은 유언비어나 유행하는 반일적 말들을 극도로 경계하여 걸려들면 톡톡히 경을 치고 심하면 보국대에 끌려간다. 돔백이는 무심코 지꺼린 것이‘다 되어가는 세상’했다가 덜컥 덜미가 잡혔다.
“여보시오 내 나이 80이라. 살면 얼마나 살고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 모르는 것이 내 세상 아이가.”
하면서 신세 한탄으로 끝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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