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을 머금고 싹 돋은 고사리는 햇볕에 잘 말린 뒤 삶아 먹는 대표적인 산나물로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자연식이다. 얼마 전 새로운 웰빙 트렌드로 체내 독소를 해독하는 ‘디톡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고사리의 효능이 재조명되었다.
고사리는 칼륨이 들어 있어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혈압을 낮추고 몸의 붓기를 가라앉혀 고혈압,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옛 조상들은 고사리를 구충제로 사용했을 만큼 항균 효과가 뛰어나 각종 염증 치료는 물론 해열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게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포만감이 커서 다이어트에도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식탁에서 식감을 자랑하는 대표 나물인 고사리지만 남자가 먹으면 정력이 감퇴하고, 고사리 삶는 냄새를 맡거나 오래 먹으면 발암물질을 흡입하거나 섭취하게 되므로 암을 유발한다는 속설이 떠돌고 있는데 사실일까?
동의보감에서 고사리의 단점으로 ‘많이 먹으면 양의 기운이 줄면서 다리가 약해져 걷지 못하게 된다’는 기록이 있다.
영양학적으로 고사리에는 비타민 B1(티아민) 분해효소인 티아미나아제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비타민 B1이 부족하게 되어 다리에 힘이 약해지고 감각이 무디어지는 각기병을 유발 할 수 도 있다. 또한 비타민 B1이 부족해지면 피곤, 우울감이 생길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성적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추측된다. 또한 고사리에 미량 함유되어 있는 타킬로사이드라는 성분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어 고사리 섭취 시 염려가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티아미나아제, 타킬로사이드 성분은 물에 잘 녹고 열에도 약해서 우리가 고사리를 데치고, 물에 불리는 과정 중에 모두 제거된다. 특히 고사리를 데치거나 불려서 삶을 때 소금을 약간 넣어주면 더 쉽게 유해성분들을 제거할 수 있다. 
과거 오늘날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지혜롭게도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해서 고사리의 조리법을 발전시켜 온 것 같다. 고사리는 생으로 먹지는 않는다. 일부 산채들은 가볍게 데쳐서 먹기도 하지만 고사리는 한번 데쳐서 잘 말려 보관하였다가 먹기 전에 미리 물을 갈아주면서 불린 다음 또 한 번 삶아서 무치거나 볶아서 먹는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100℃에서 20분 이상 삶으면 변성되어 기능을 상실하는 티아미나아제나 타킬로사이드는 완전히 제거되어 고사리는 안전하게 먹고 싶은 만큼 넉넉히 먹어도 되는 나물이 된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많은 산야초들은 모두 약간의 독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보다 더 많은 건강에 이로운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고, 아주 먼 옛날부터 독성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좋은 성분만을 섭취하는 조리법이나 가공법이 개발되어 있어 우리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많은 것들을 즐겨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해군의 대표 특산물인 고사리, 누가 뭐라해도 제대로 조리해서 먹으면 해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우리의 건강식품이다. 
/남해마늘연구소 연구원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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