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내 스스로 엄격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의미이며, 중국 명나라 유기(劉基)의 ‘기능진여인의 단구무괴아심(豈能盡如人意 但求無愧我心)’에서 유래했다. ‘하나의 일을 가지고도 사람마다 제각기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뜻을 모두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地知子知我知)’는 말과 함께 쓰이며, 세상에는 비밀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무괴아심’은 스스로 언행을 깨끗이 하고 떳떳이 하여, 땅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경계의 말로 인용된다.
맹자(孟子)의 진심편(盡心篇)을 보면 윤동주의 서시(序詩)에 나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의 유가(儒家) 맹자의 즐거움이 등장한다. 또한 맹자는 군자(君子)에게 3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에 왕노릇은 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며 첫째, 부모양친이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에게 변고가 없는 것 둘째,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머리 숙여 타인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 셋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을 들었다. 또한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으면 안 되며, 부끄러움이 없음을 수치로 여기면 부끄러움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무괴아심’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될 수도 있고, 부끄러움을 모를 정도로 판단력이나 도덕성이 마비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라면 하늘을 우러러봐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 자기양심을 철저히 속이는 행태, 온갖 나쁜 짓을 밥 먹듯이 일삼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 등 자기를 기만하는 사람일수록 공직자요, 재벌 기업인, 정치인, 권력의 실세가 아닌가?
정의는 사라지고 부패가 만연한 한국 사회. 이 같은 모순의 현실에 과연 무괴야심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아하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울러 퍼지는 양심의 가책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에게 아주 엄격해져 죄인이 된다면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공직사회에 금품을 건네거나 청탁을 하는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다. 이번 법 시행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무괴아심의 마음으로 청렴한 세상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서산대사의 참 뜻인 ‘눈 쌓인 벌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걷는 이 발자국은 후인의 이정표가 된다’는 말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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