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건 구성 핵심요건 확인 안돼, 검찰 공소유지 난항 전망 제기
차기 공판서 현직 공무원 증인 출석, 연말께 공판 마무리 전망
  

지난 26일 열린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 5차 공판은 지난 공판에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에 유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측됐던 군의원 4명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인사비리의혹 초기부터 이들 군의원들의 의혹의 생성과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 의혹이 모 지역언론의 최초 보도를 통해 임계점에 달하는 과정에 이들 군의원들이 역할했다는 지난 공판에서의 증언 탓에 이날 공판에 소환된 군의원 4명의 증언내용은 이번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중요한 대목으로 인식,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법정에는 건강상 이유로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변론분리신청을 제출한 공무원 S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이 모두 출석했으며, 증인으로 소환된 군의원 4명도 개정 5분전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은 이날 군의원들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유의미한 증언 확보에 무게를 뒀고 검찰 주신문 내용도 하반기 정기인사 비리의혹 회자 당시의 구체적인 내용, 공무원 S씨가 친구인 P의원에게 뇌물 전달사실을 발언한 내용, P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S씨 발언을 전달했을 당시의 내용, 하반기 인사에 대한 난맥상을 지적한 의회간담회와 이어진 중식자리에서의 발언내용, 비서실장 K씨 부친 A씨의 의회 방문과 여기서 비롯된 의회녹취파문 기자회견 등 당시 불거진 주요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데 무게를 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검찰이 의도한 ‘소득’은 없었다.
이날 소환된 증인들은 이번 범죄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검찰 신문에서 대체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고, 이번 사건의 핵심인 범행에 가담한 ‘금품요구 측근’에 대해서도 일부 피고인에 대한 실명이 P의원의 증언과정에서 언급되기는 했으나 나머지 증인들은 “몰랐다” 또는 “비서실장 부친이라고 추정했다”,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 등의 취지로 답해 비리사건의 핵심주체를 특정할 결정적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당혹해 했고, 변호인의 반대신문 후 추가 주신문과정에서 이들 증인의 검찰진술조서를 수차례 인용하며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입증에 주력했지만 결국 유의미한 증언은 없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 부족을 직접 언급했고 차기 공판까지 이에 대한 보완을 검찰에 요청했다.
공판 이후 재판부의 이같은 요청이 알려지자 지역내에서는 검찰 기소 전 핵심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사례를 복기해 내며 조심스레 일부 피고인에 대한 검찰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이번 의혹의 단초가 됐던 S씨의 ‘뇌물전달사실’ 발언을 최초로 들은 P의원의 증언 중 “S씨가 뇌물 전달 등 범행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하반기 인사 전후에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오면서 이번 사건의 본류(本流)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반적인 뇌물사건이 그렇듯 범행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물증이나 서증이 있을 경우 피고인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게 되지만 아는 것과 같이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은 모두 네 차례나 기각됐고, 기각 사유는 증거인멸 및 도주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으나 피고인의 진술이 상반된 탓에 법정에서 다툼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부의 증거능력 보완 요청은 검찰의 기소 당시 일부 피고인에게 청구된 구속영장 기각사례와 결부되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당시의 관측으로 이어졌고, 이번 공판 후 검찰 공소유지 난항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S씨의 범행사실 인지시점이 하반기 인사 전후였다는 증언도 검찰 공소 유지 난항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검찰은 기소 당시 S씨가 가족과 함께 범행을 모의하고 뇌물을 관련 피고인들에 순차 전달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으나, 범행인지시점과 뇌물전달시점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이 추가 서증으로 반박되지 않고 재판부에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S씨의 혐의는 유지되기 힘들다. 또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군수 측근’의 일체도 증언에서 특정되지 않으면서 이번 사건의 시작과 끝에 놓인 이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신문과정을 거치며 더욱 치열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재판부가 검찰에 요청한 증거능력 보완은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송 등 법률분야에 해박한 전문가들은 우선 지금까지 소환된 5명의 증인을 다시 검찰로 소환해 검찰에서의 최초 진술과 법정 증언의 차이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자체 정리하는 방식을 예상했다.
후자의 경우 전언한 이유로 일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는 자연스레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세간의 추측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이를 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이들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에 의심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증언의 신뢰성을 탄핵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은 주신문 과정에서 핵심사안에 대해 스스로 증언이 번복되거나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이 이어진 만큼 특이할 것 없이 마무리됐다.
단 공판 후 비서실장 K씨 변호인측 반대신문 중 이들 군의원들이 지난해 하반기 인사를 전후로 열린 의원간담회나 식사자리 등에서 비서실장 K씨를 ‘돼지XX’ 등 동물에 비해 지칭하거나 가족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언급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같은 비서실장 K씨 변호인측 반대신문은 현재 비서실장 부친 A씨가 제기한 군의원들의 명예훼손건 재수사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되며, 남해군의회 J의원은 이날 공판 증언 후 이 건과 관련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군의원들은 비서실장 K씨측 변호인이 질의한 비하발언에 대해서는 일체 부인했다.
또 지난 공판에서 의혹을 최초 보도한 K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J의원과 H의원을 통해 확인했다고 증언한 것에 반해 J의원과 H의원은 이날 증언에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기사화 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최초 보도 전에 K기자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혀 의혹보도에 있어 언론이 지켜야 할 윤리차원의 적절성 여부도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이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 자체의 공공성은 인정하더라도 지역내 혼란을 임계점에 달하게 했던 결정적 계기가 된 보도가 진실성을 담보했는지 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보였는지 등 상당성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언이어서 향후 이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측에서 보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따지게 될 경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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