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유배문학관에서 시작된 ‘모네의 화실’전이 시작부터 ‘갑질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전시회 당일 오후 남해군이 제시한 한 장의 서약서인데요. 해당 서약서에는 ‘모네의 화실 전시기간동안 전시되는 전시물품의 훼손 및 파손 등과 관람객의 안전 등 모든 책임은 길현미술관(관장 길현수)에 있음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길현미술관장의 서명날인 란이 마련됐습니다.

전시회 당사자인 길현 관장과 ‘모네의 화실’ 구성원들은 서명을 거부했음은 물론, 이를 군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행위라며 반발했고, 자연스레 남해군의 ‘갑질 논란’으로 비화됐습니다.

길현 관장은 “이번 유배문학관 전시회는 ‘모네의 화실 작가들의 작품을 유배문학관에 전시해 우리지역의 미술문화에 대한 관심과 그 수준을 널리 알리고 지역문화 발전에 앞장선다다’는 취지로 남해군 보조금 교부 신청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남해군민 작가들의 작품전이고 유배문학관 전시를 목적으로 남해군 예산을 받아 진행된 전시회인만큼 개인의 전시가 아닌 남해군의 기획전시로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모든 관리책임을 작가에게 지우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길 관장은 “영리목적이든 비영리목적이든 전시회를 열 때는 전시관측과 작가 간 계약서를 작성한다. 계약서에는 전시종료까지 전시관이 작품의 도난, 파손, 분실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요할 경우 관련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있어도 작가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서약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서약서 논란에 대해 남해군은 유배문학관에서 남해군 기획전이 열릴 경우 작가와의 계약서 작성 등 기본적인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번 전시회는 남해군의 ‘기획전시’가 아닌 민간의 필요에 따른 ‘대관전시’로 사고 발생 시 남해군이 책임지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남해군 담당부서는 타 기획전 행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계약서는 통상적으로 작성해 왔다는 입장도 덧붙였는데요.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는 본지 마감시한까지 서면으로 확인되지는 못했습니다.

남해군 관계자는 “유배문학관은 수장고 유물과 전시유물, 각종집기, 인명피해 등 대인·대물 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기타 군 기획전에서도 작가와 협의 하에 별도 보험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며 “모네의 화실전은 남해군의 기획전시가 아닌 민간의 대관전시로 판단해 계약서 작성 및 보험가입은 진행되지 않았으며 작품들 가운데 벽돌을 쌓아 만든 작품이 파손됐을 경우 관람객 안전을 우려해 서약서를 받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서약서 문구가 다소 강압적으로 비쳐질 수 있었음은 인정한다”며 논란을 빚게 된 것에는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한 앞서 수차례 진행된 유배문학관 남해군 기획전에서 비슷한 내용의 서약서를 받은 적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해 열렸던 모 작가의 야외조각전에서 돌로 만든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서약서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약서 논란과 함께 모네의 화실전 작품설치가 전시회 개막당일에야 이뤄진 부분도 여론의 입길에 올랐습니다. 유배문학관과 작가들 사이에 긴밀한 사전협의가 있었다면 개막당일에야 벽돌조형물 안전을 두고 서약서를 받는 촌극은 없었을 것이고 이런 협의의 부재 역시 제대로 된 전시관 운영체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에 길현 관장은 “유배문학관은 박물관과 함께 전시관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고 이후로도 미술작품 전시회를 이어갈 것이라면 이제라도 전시관에 적합한 운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모네의 화실뿐만 아니라 군내 미술계 전반적으로 전시회와 관련한 ‘남해군의 갑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군내 한 미술전문가는 “유배문학관에서 작품전을 진행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남해군의 간섭과 지시를 받아야한다. 미술가들이 자신의 구상대로 작품을 설치할 수 없는 유배문학관이 전시관으로써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며 한숨 섞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이 전문가는 “기획전이든 대관전시든 모든 전시회에 일반적인 기준을 공통적용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미술계의 자문을 받아 전시관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예술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남해군의 현실을 개선하고 군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전문 미술관 또는 예술회관 건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평산항 ‘작은미술관’처럼 유휴공간을 찾아 활용한다면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미술인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군민이 이를 관람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없어 박물관으로 등록된 유배문학관에서 전시를 할 수 밖에 없는 남해군 문화의 현주소. 제대로 된 전시관 관련 운영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행정과 미술가 간 갈등이 이어지는 답답한 현실. 군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