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서복과 썅산’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관람했다. 그리고 영도자의 축사에 이어 ‘중일한 서복무화 썅산선언 발표가 이어졌다. 마치 중국인들은 이번 썅산세미나를 통해 그들이 지구촌의 중심임을 선언하고자 하는 분위기였다.
서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한국사회에 대해 “서복이라는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2천 년간 보편적 설화를 공유하고 있는 ‘서복설화’는 스쳐가는 설화의 한 조각인가? 아니면 동아시아문화의 중심으로 우리가 안아가야 할 문화의 편린인가? 그 답은 명백했다. 버리지 못할 역사의 그림자라는 사실인 것이었다.
한중일 전문가 또는 학자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기조발표가 이어졌다. 그들의 발표에 새로운 사실은 없었지만 통찰해야 될 부분들은 분명 존재했다.
중국서복회 장량군 고문은 “국제적인 가치를 지닌 서복문화를 전승, 확대, 발전시켜 현대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일은 오늘날 우리의 책임”이라는 전제 아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역사적 유물을 보존하고 국제 친선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갈파했다.
일본에서 참석한 쯔지시호 교수는 2012년 9월 15일에 개최하기로 한 썅산세미나가 다오위다오 중일 영토분쟁으로 중단된 일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중일 국교 정상화와 서복전설에 대한 소감을 발표했다.
한국측에서는 서복문화 국제교류협회 류주열 고문이 나서 “지구상에서 문화적 유사성이 가장 높은 한중일 3국이 과거사 문제로 공통문화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지만 서복문화를 공통분모로 국경을 초월하여 다양한 교류를 이어가자”는 뜻을 밝혔다.
이들 외에도 10여 명의 전문가와 학자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발표의 큰 맥락은 서복설화의 전승, 서복 문화유적의 보존과 확산, 국제교류를 통한 동아시아 문화의 발전전략, 문화관광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한중일 3국의 공동발전 프로젝트를 가동하자는 것이었다.
환영 만찬과 공연을 보기 위해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대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사 자리에 중국의 고량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무슨 맛인지도 모를 와인만이 끝없이 리콜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전통문화 공연 또는 서커스를 보여 주리라는 선입견은 깡그리 무너져 내렸다.
“상산의 넋이 담긴 산과 물이 이어져 산해상련을 이루니 자고로 봉래선경이라. 동해가 탑산(塔山) 산록에 있는 청산은 금사장을 앞마당으로 하고, 사계(沙溪)냇물이 오불꼬불 동해로 흘러 6천 년의 문명역사를 가진 탑산문화를 키웠다.”
산과 바다를 주제로 한 제1부의 장중한 무대는 50평생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었다. 50여 명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음악에 맞추어 하나가 되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모두들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이어진 제2부는 서복동도였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은 삼천 동남동녀와 뛰어난 오곡종자와 백공을 딸려서 방사 서복을 동해바다로 보내 불로선약을 찾게 한다. 마지막으로 상산에 상륙해서 보니 여기가 바로 우화선경(愚話仙景) 상산 봉래산이었다. 서복은 이곳에서 2년간 은거하다가 동쪽으로 재출항하여 퇴초의 해상 상선 항로를 개척한다. 서복동도는 중국의 대외 우방교류의 역사와 문화의 증거이고 해양문화가 인류문명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시한 증거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를 갈망했다. 나는 이 공연의 동영상을 구하여 남해, 제주, 거제는 물론 서복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초청해 보고 싶었다.
썅산현에서의 마지막날. 참가자들의 논문 발표가 있었다. 1인당 5분간의 짧은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진정성 있게 임했다. 2,200여 년 전 서복의 진취성과 백절불굴의 정신, 과학을 숭상하는 정신이야말로 동아시아문명의 시작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틀간의 썅산세미나는 중국인민정부 차원의 관리와 민간주도의 행사진행이었다. 작은 도시에서의 행사였지만 국제적 행사로서의 규모를 갖춘 진행을 보면서 엄청난 부러움을 가졌다. 자본부의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의 차이점을 절감하면서도 나는 우리 남해군에서도 썅산세미나에 버금가는 행사가 치러질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푸등공항으로 떠나는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굿바이 썅산. 굿바이 닝보. 굿바이 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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