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남해문화원 문화학교 문인화반 김무송 강사가 그린 작품 ‘용추계곡’

어느덧 함양읍 서쪽으로 흐르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상림에 도착했다. 상림은 최치원선생이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된 숲이다. 상림은 대관림과 하림으로 구분되는데 하림 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있지만, 상림의 조성으로 매해마다 일어나는 홍수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상림 숲 오솔길을 걸으며, 최치원 선생의 혜안(慧眼)으로 만든 숲의 경관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원한 상림 숲의 다양한 수종을 감상하며 바라 본 연밭의 연꽃과 그 곳을 지나가는 노부부의 편안한 뒷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했다. 
나는 상림을 한 바퀴를 도는 동안에 지쳐있을 어르신들을 위해 하미자 원장님이 정성스레 만든 살얼음동동 식혜를 준비했고, 식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을 드러냈다.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 우리 일행은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인 일두 고택을 방문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일두 고택은 조선조 5현의 한 분인 문헌공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며, 정여창 선생이 타계하고 100년 후 후손들에 의하여 다시 중건되었다. 일두 고택은 3,000여평의 언덕이 있는 땅으로 대지를 정리하지 않고 자연의 미를 그대로 살려 지은 고택이다. 그리고 경북지방의 폐쇄적인 공간과는 달리 개방적으로 분할되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줬으며, 마당에 만든 입체적인 정원과 소나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여창 선생의 후손들은 옛 손길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세간들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었으며,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과 절제된 화려함이 흐르는 세월과 함께 묘한 매력으로 오는 이를 반기고 있었다. 
일두 고택을 관람하고 나오는 우리 일행은 6월 초여름의 더위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을 읽은 듯 버스는 용추계곡으로 향하고 있었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 함양 안의현에는 세 곳의 빼어난 절경이 있는데 용추계곡이 그곳 중 하나이다. 용추계곡을 심진동이라 부르는며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진리삼매경에 빠지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벗 삼아 삼삼오오  용추계곡을 따라 걸었다. 커다란 바위와 시원한 물줄기는 계곡 아래로 내려오라고 우리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혹의 손짓을 뿌리치고 올라간 용추폭포는 마치 화난 용이 몸부림치듯 힘차게 떨어지는 모습으로 한여름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리는 듯했다.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간 아이처럼 양말을 벗고 얼음 같이 차가운 폭포수에 발을 담그며 자연과 하나되는 호사를 잠시 누렸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용추계곡이 흐르는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고 곡차와 떡을 나누며 마치 용추 계곡의 신선과 선녀가 된 듯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나누었다.
초여름의 남해문화원 유적탐방은 용추계곡에서의 신나는 물놀이로 마무리했다.
우리는 남해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미국 미시시피 잭슨 주립대학교 도예과 김현정교수님이 남해군민의 문화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라며 나와 원장님에게 주신 작은 도예작품을 남해문화원 유적탐방 우수대원들에게 시상품으로 전달했다.  
남해문화원유적탐방은 더운 여름인 7월 8월은 잠시 쉬고 9월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있는 상해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6년 마지막 탐방은 남해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며, 토론과 함께 2016년도 남해문화원 유적탐방 총평회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장영실이 청나라의 과학을 배웠고, 박지원은 새로운 세상을 백성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열하일기를 썼다. 남해문화원 문화유적 탐방반은 타 지자체의 문화정책의 방향과 문화관광산업을 직접 체험한 것을 보고 배워서 남해지역 문화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끝>
/김미숙 남해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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