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방대, 쟁점 많아 판결까지 상당시일 걸릴듯

‘남해군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의 첫 공판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진상훈)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군수 비서실장 K씨와 공무원 S씨와 S씨의 처 A씨, 남해군 공무원인 S씨의 처제 B씨, 검찰이 이번 사건의 중간브로커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고 있는 남해군 청원경찰 C씨와 민간인 D씨 등 총 6명의 피고인이 모두 출석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공무원 S씨와 S씨의 처 A씨와 처제 B씨, 남해군 청원경찰 C씨와 민간인 D씨 등 5명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군수 비서실장 K씨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첫 공판에서 각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부 또는 전면 부인하고 나서 향후 공판과정이 치열한 진실공방 행태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소된 피고인의 수나 사건의 특성을 감안할 때 1심 판결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인적사항 확인 및 진술거부권 고지 등의 통상적 절차를 거친 뒤 검찰에 최초 진술을 요청했으며, 검찰에 따르면 공무원 S씨와 처 A씨, 처제 B씨와 청원경찰 C씨, 민간인 D씨 등은 2015년 하반기 정기인사시 S씨의 사무관 승진을 청탁할 목적으로 공모한 뒤 군수 비서실장 K씨에게 현금 3천만원을 교부했으며, 군수 비서실장 K씨는 민간인 D씨를 통해 이를 최종 수수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달 검찰의 기소 당시 밝힌 수사 결과와 동일하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동일한 공소사실 밝혀
이날 검찰의 최초진술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전개된 정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검찰에 따르면 군수 비서실장 K씨와 공무원 S씨는 지난해 3월 초순경 K씨와 친분이 있던 피고인 D씨가 운영하는 떡집에서 만나 이 자리에서 S씨의 청탁성 발언이 있었고, 이후 S씨의 처 A씨가 청탁성 뇌물을 조성한 뒤 B씨가 현금 3천만원이 든 종이봉투를 군내 모 사찰 인근에서 청원경찰 C씨에게 전달했다.
S씨의 처제 B씨로부터 현금 3천만원을 건네받은 청원경찰 C씨는 같은날 군수 비서실장 K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피고인 D씨에게 이를 전달했고, D씨는 자신의 아내 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에 이를 입금한 뒤 이 계좌로 발급된 체크카드를 비서실장 K씨에게 교부했다는 것이다. 기소 당시 검찰 발표에서 공모 및 전달 시점,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을 제외하면 이미 알려진 정황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뇌물 전달 과정에서 교부한 금품의 형태가 현금인지, 카드인지 명확치 않다”며 검찰에 공소사실에 대한 정리를 명령했고, “비서실장 K씨에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교부된 금품의 형태와 액수 등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정리를 검찰에 추가 명령했다.

▲각 피고인, 검찰 공소사실 전면 부인
또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각 피고인측의 변론요지도 일부 다뤄졌다.
군수 비서실장 K씨에게 청탁성 뇌물을 최종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D씨는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변론이 생략됐으며, 피고인 D씨는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청했다.
나머지 피고인 중 먼저 공무원 S씨와 S씨의 처 A씨, 처제 B씨 등 피고인 3명의 공동변론을 담당한 변호인은 공무원 S씨에 대해 “이번 사건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A씨와 처제 B씨의 경우 “청원경찰 C씨에게 금품을 전달만 했을 뿐 전달 이후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비서실장 K씨의 수수사실 여부도 몰랐고, 군수 비서실장 K씨에게 청탁이나 전달해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은 만큼 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변론을 내놨다.
검찰이 중간브로커 역할로 지목한 청원경찰 C씨도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C씨의 변호인은 “C씨가 평소 같은 공무원 신분인 S씨와 S씨의 처제 B씨를 알고 지내던 상황에서 S씨가 계속 사무관 승진에서 누락되는 이유가 뭔지 알아봐 달라는 S씨측의 요청을 받고 군수 비서실장 K씨와 친분이 있는 피고인 D씨를 통해 알아봐 줬다. 이 과정에서 <S씨가 전임 군수쪽 사람이라 승진이 어렵다>라고 하길래 <같은 공무원끼리 잘 좀 지내면 좋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만남을 주선한 것 밖에 없다”, “B씨로부터 종이가방을 전달받아 D씨에게 전달했지만 돈인 줄은 몰랐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군수 비서실장 K씨도 변호인을 통해 “공무원 S씨의 승진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피고인 D씨로부터 카드를 교부받은 사실도 없다”며 검찰의 기소 직후 밝힌 입장을 법정에서도 고수했다.

▲증거 및 답변자료 방대, 판결까지 상당시일 걸릴 듯
이날 피고인측 변호인의 변론요지 전달이 있은 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측 제출 증거와 각 변호인의 증거 인부(認否)의견을 취합하려 했으나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형사부 진상훈 재판장은 “이번 건은 증거가 방대하고 이에 따른 답변도 방대한 문제가 있다. 여러 차례 공판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증거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또 피고인 D씨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임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변호인측은 서면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대해 인부의견을 제출하고 다음 공판에서 이를 협의해 결정한 뒤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첫 공판 이후 이같은 재판부의 발언과 ‘청탁 및 뇌물’ 사건의 특성,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 모두가 공소사실 일부 또는 전부를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간 정황에 대한 진술 등이 엇갈리고 있어 법정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 많다는 점 등은 이번 사건의 1심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현태 군수 부인의 제3자 뇌물취득죄 1심 공판 과정을 예로 들며 해당사건이 검찰 기소에서 1심 판결까지 약 4개월여의 기간이 걸린 만큼 이번 사건도 그에 준하거나 그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다음 공판에서 진행될 증거인부과정도 각 피고인의 공소사실 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측의 증거채택을 둔 상호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관 승진청탁 비리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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