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선구줄끗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의의
남해선구줄끗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의의
  • 남해신문 기자
  • 승인 2015.12.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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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아프리카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 열린 제10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과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의 ‘줄다리기 의례와 놀이(Tugging Rituals and Games)’를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이번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한국의 주도로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공조체계를 유지하며 이뤄낸 결과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권이 무형유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높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선구줄끗기(경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6호)를 비롯하여 당진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 경남 창녕영산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의령큰줄땡기기(경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0호), 삼척기줄다리기(강원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호), 밀양감내게줄당기기(경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7호) 등 국가지정 문화재 2개와 도지정 문화재 4개 총 6개 줄다리기가 포함됐다. 이들 줄다리기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 등재를 계기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의를 보존과 전승, 활용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적 측면이다. 첫째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지정은 무형문화유산의 종결점이 아니라 그 보호가치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시작점이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보존되어 후세들에게 전승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전형의 보호와 전승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지정해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구줄끗기에 대한 연원과 각 과장에서의 의례와 연행 놀이 등 전형에 대한 연구는 더욱 깊이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유사한 문화가 지역과 국가를 넘어 동시에 지정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문화재나 문화유산을 점적이나 면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군내 유사 종목의 도나 국가 문화재 지정시에도 하나만을 선택과 집중한다는 명목하에 나머지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줄다리기가 지정되었다고 해서 그 나머지 줄다리기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현대 지정문화재 제도는 한편으로는 전승이 단절될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유산을 보전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지정된 유사한 무형문화유산을 도태하게 만들거나 경안시 하게 만들어 다양성을 없애는데도 적지 않은 작용을 하였다. 이런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남해에는 선구줄끗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80여 년만에 복원되었다는 다천모린내용줄놀이(다천모린내줄깔기), 덕신줄다리기 등도 있다. 그러므로 지정된 선구줄끗기만이 아니라 잊혀져가는 줄끗기나 줄놀이 등을 조사 연구와 복원 노력을 군과 도,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민과 군정이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넷째는 평생을 남해에 살아오면서 몸소 익히고 배어있는 삶의 지혜들을 더 늦기 전에 기록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대화, 산업화 되면서 남해에서도 잃어버리고 잊혀져 가는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온 나라가 고령화를 걱정만 하고 있다. 오히려 이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제는 이 분들이 지닌 무형유산적인 요소를 더 늦기 전에 기록화 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활용적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첫째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 교육, 활용을 위해 도서관ㆍ자료실ㆍ박물관의 기능을 통합한 라키비움(Larchiveum)같은 콤플렉스(Complex)의 건립이 필요하다. 도립 남해도서관을 확대 재편하여 기본적인 도서관 기능에다 지역의 각 기관에서 수집ㆍ발굴된 각종 문화유산자료를 갖추고, 박물관 기능을 위한 공간까지 확대하여 학습, 연구, 전시, 교육은 물론이고, 이들을 문화콘텐츠화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 개별 기능을 갖춘 기구들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통합하여 관리하고 활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할 곳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문화유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둘째는 무형문화유산의 활용과 향유를 위한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 줄다리기는 화전문화제를 비롯해서 각 향우회에서 어김없이 행해지고 있다. 읍면별로 개최되는 체육대회나 문화행사에서 지역의 줄다리기를 소략하게나마 연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공동체 및 집단에 정체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공동체와 집단을 통해 재창조 되었을 때 가치가 증대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유네스코에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읍면별 행사에서 하나씩이라도 프로그램화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홍보해야 한다. 출향민 체육대회나 문화행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셋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군의 조례 등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 전승자와 이수자만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단위로 지정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들이 익힐 수 있도록 학교교육에서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넷째는 줄다리기는 어느 한 편이 이기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승패를 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줄다리기를 통해 풍년과 화합을 도모하는 기재였다. 줄다리기가 열리는 마을과 인근 지역민이 참여하여 줄을 끗고, 승패와 관계없이 끝이 나면 대동놀이(대동굿)을 하면서 화합과 친목을 다지고 개인의 소원과 마을과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며 한마당 축전을 벌인다. 모린내용줄놀이도 줄다리기보다는 줄타기 놀이의 성격이 강하지만, 줄을 이용하고 남자와 여자가 각각의 행위를 통해 기우와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한편으로는 여성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다산신앙적인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약자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줄다리기의 정신을 가정이나 마을은 물론이고 군정이나 나라의 각 영역에 확산해야 한다. 승패에 목매달고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는 문화, 나눠진 두 그룹이 서로를 경원시하는 문화를 청산하고 상생하고 화합하는 전범으로 삼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남해에서 처음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목인 선구줄끗기를 통해 나와 지역만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라키비움같은 기반을 만들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지역민의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줄다리기는 편을 갈라 승패를 가르는 놀이이자 의례이지만 승패에 개의치 않고 모두의 상생과 화합, 풍요를 위한 장치임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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