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 왕자, 세자책봉 반대하니 서인파 낙엽 신세 되고
선천의 옥사리 웃음 짓고 돌아온 몸, 궁중풍랑 휩싸였네
서산봉에 기울인 햇빛, 서포가족 감싸주어 웃음꽃 피자
남해고도, 섬 중에 섬(노도), 서포를 기다리니 또 슬퍼 지네

남해노량 충열사(忠烈祠)에 다가가, 비문에 인사하며
하잖은 궁중일로 우암(송시열)은 거제도, 소인은 남해도에 왔노라고
충혼(忠魂)을 기린 땅 죄인 된 자신을 원망하며
율곡학파 인맥도 무너지고, 학맥도 무너지려 하네

밤톨모양 노도, 남쪽은 비탈지고, 북쪽은 앉을 땅 있어
울창한숲속에 외딴막사, 풍랑 맞은 어부의 피난처였는데
차가운 방안, 북풍에 떠는소리, 파도소리 다투어 잠 못 들고
혹독한 냉대에 시상(詩想)마저 말라졌다네

두 생질도 남해도에 왔다니 삼도(三島)에 한사람씩
본도와 창선도는 두 생질 몫, 가장 작은섬 노도는 숙부 몫
사위 이이명도 훗날에 남해도로 보내졌다지요
남해현은 서포가문의 비운의 고향이였다네

남해 유배의 마지막 옥시(玉詩) 한구절 옮겨본다

울창한 나무숲의 나무들은 얼어서 꺾어졌고(萬木森森凍欲催)
해풍은 밤새도록 노성을 치고(海風終夜吼成雷)
등불 앞의 나그네는 주역을 읽는데(燈前有客讀周易)
땅밑의 밋밋한 양기는 돌아오지 않네(地底微陽回未回)
시집중에 남해에서 지은시는 응당 빠지겠구나(集中應缺海南詩)

/강태경 전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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