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쉴 새 없이 손부채질로 바람을 일으켜봐도 콧등에 맺히는 땀을 주체할 수 없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높아졌고 아침저녁 부는 바람은 꽤나 선선해졌다.
지난 22일은 추석을 앞둔 마지막 읍 장날. 오랜만에 읍 전통시장에 생기가 돈다. 어시장 골목 이곳 저곳에서 흥정이 벌어진다.
연신 이어지는 흥정에 상인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한다.
“사람은 많아도 가격만 묻는 이가 반도 넘는다”, “사람 많으모 뭐하노? 돈을 안 쓰는데…”라며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상인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핀다.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이는, 꾸뜩꾸득 잘 마른 생선 몇 마리를 사윗감 고르듯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던 시골 아낙의 손에 생선 몇 마리가 쥐어졌다. 상인에게 손에 전해진 생선들이 꺼먼 봉지 속으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이내 상인의 손이 좌판 아래 고무대야로 향한다. 오늘 아침 물차에 실어온 놈들 중 팔기 애매한 잡어들이 담긴 대야에 손이 닿는가 싶더니 몇 마리가 좀전보다 작은 봉지 속으로 사라지고 익숙한 손놀림에 봉지가 허공으로 한 바퀴 휙 도는가 싶더니 매듭지어진 봉지가 아낙의 손에 건네진다.
대형마트, 백화점에도 ‘1+1’ 행사상품이 있지만 기분은 시골장 덤만은 못하다. 상인과 시골 아낙의 기분 좋은 웃음이 좀전 생선 몇 마리가 놓였다 비워진 좌판을 채운다.
2015년 9월 추석을 앞둔 읍 대목장은 그렇게 넉넉한 인심과 사람 내음으로 가득했다.
/김동설 기자 kds@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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