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지갑, 킬러콘텐츠가 연다

 

 

글 싣는 순서

①상인이 안 바뀌면 시장은 안 바뀐다

②지자체의 지속적 관심이 전통시장 살린다

③관광객 지갑, 킬러콘텐츠가 연다

 

▲시장 킬러콘텐츠, 먹거리가 요즘 대세

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자나 인터넷 블로그를 보면 여행이 주제인지 음식이 주제인지 모를 지경이다. ‘보는’ 여행에서 ‘먹는’ 여행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 한 여행블로그에는 “나는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이 있을 정도다.

전통시장 기사에서 뜬금없이 왠 음식타령이나 싶은 독자들이 있겠지만 문화관광형사업을 추진해 온 대부분의 성공사례들에게 짚히는 공통분모가 바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융합형 프로그램의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개중에는 먹거리가 시장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한 곳도 있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쉬운 문화행사보다 상인들의 소득과 연계되는 먹거리 위주의 콘텐츠 개발이 상당수 문화관광형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봉평시장의 경우 지역특산물인 메밀을 이용한 메밀피자, 메밀씨앗호떡, 메밀볶음우동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샘고을시장은 먹거리부스 ‘백년의 가게’를 운영, 호떡이나 전통 빵 등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경우 먹을수록 중독된다는 마약김밥, 큼직한 빈대떡과 왕순대에 수입과자까지 다양한 먹거리점포가 밀집돼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경기도 광명시장 또한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순대와 어묵, 떡볶이 등 손이 쉽게 가는 분식메뉴들을 제공하며 여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특히 남해읍시장처럼 좁은 면적으로 인해 문화 콘텐츠 접목이 쉽지 않은 경우는 더더욱 독특한 시장먹거리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고 이에 남해읍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단장 조영혁) 또한 읍시장만의 먹거리를 발굴, 관광객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남해읍시장, “남해만의 먹거리로 관광객 지갑 연다”

남해읍시장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남해읍시장만의 먹거리로 지원·육성하고 있는 상품은 ‘오대박찐빵’이 대표적이다.

남해읍시장은 지난 4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전통시장 우수상품페어’에서 ‘오대박찐빵’을 선보였으며 행사 주관사인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신세계그룹 관계자의 호평을 받은바 있다.

오수완·박희숙 씨 부부가 개발한 오대박찐빵은 모시와 치자, 유자 등 남해특산물을 두루 활용한 찐빵소를 넣어 ‘남해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모시찐빵’ 출시를 시작으로 남해특산물 치자와 유자, 흑마늘을 첨가한 ‘치유찐빵’과 ‘흑마늘찐빵’, 돼지감자를 넣은 ‘뚱단지찐빵’, 일반찐빵인 ‘백호찐빵’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에는 ‘치자와 유자를 함유하는 찐빵의 제조방법 및 이에 의해 제조된 찐빵’이라는 명칭으로 실용신안 출원이 이뤄졌고 ‘치유’라는 이름의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현재 오대박찐빵은 독특한 풍미와 본지 보도 및 남해전통시장 블로그 포스팅 등 홍보활동에 힘입어 군민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육성사업단에서는 오대박찐빵이 남해읍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남해의 풍미를 전하는 주요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성사업단 관계자는 “남해읍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기능성 식품으로 ‘오대박찐빵’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육성사업단은 ‘오대박찐빵’이 ‘통영꿀빵’이나 ‘경주황남빵’과 같이 남해읍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표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육성사업단은 시장팸투어에 참가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소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한 끼 식사 ‘해물라면’을 적극 홍보할 생각이다.

이는 토요일 아침 남해군으로 들어온 관광객들이 시장에 먼저 들러 먹거리를 구매해 숙소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시장에서 라면과 함께 바지락, 홍합, 새우, 콩나물 등 재료를 구매, 숙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거나 과음한 후 해장을 겸한 좋은 아침식사거리가 될 것으로 육성사업단 측은 내다보고 있다. 육성사업단은 당분간 시범적으로 ‘해물라면’ 장보기코스를 실시한 후 관광객 반응에 따라 재료를 한 냄비에 담아 판매하는 ‘패키지화’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군내 펜션 등 숙박업소와 연계해 관광객들의 방문 동선에 남해읍시장을 우선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리다매형 상품, 먹거리 밀집지역 조성 검토 있어야

이밖에도 읍시장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이 힘을 합쳐 저렴하고 실속있는 박리다매형 상품을 내놓는다면 최근 추세가 반영된 긍정적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올해 마늘축제&한우잔치서 3천원의 부담없는 가격으로 인기를 모았던 ‘한우 떡갈비’와 시식용으로 선보였던 ‘컵불고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기 먹거리지만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한우가 ‘보물섬남해한우’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에 ‘착한’ 가격까지 더해진다면 스타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마늘축제장에서 가능성이 검증된 바 있다. 좋은 상품에 푸근한 시골 인심이 더해진다면 시장 내 다른 상품구매로도 이어져 전체적인 시장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점은 더 부언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또 하나 읍시장 관계자들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크지 않더라도 시장 내 먹거리 점포 밀집지역이 구성될 필요성과 계절별 먹거리 상품을 선보이는 일이다. 전통시장 육성사업은 물론 지자체 단위 사업으로 음식을 콘텐츠로 한 상가들을 밀집시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동종의 음식들이 함께 모여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으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같은 것이 모여 있음으로써 유명세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역문화, 해당 시장의 문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우리군은 계절별로 다양한 특산물이 생산되기 때문에 특색있는 상품화가 이어진다면 불황없는 먹거리 시장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봄철에는 도다리쑥국과 털게찜, 멸치쌈밤, 멸치회, 여름에는 물회와 멍게비빔밥이 있으며 가을에는 전어회와 전어구이, 겨울에는 뜨끈한 물메기탕이 있으니 연중 특화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부 고가의 재료가 섞여있기는 하지만 관계자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음식 가격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또 매년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여성어업인요리대회 남해군대표 선발 예선을 시장에서 개최해 관광객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개발된 레시피는 시장 내 먹거리 개발로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남해읍시장의 먹거리 사업화는 기획력과 마케팅,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만 더해진다면 이미 성공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3회에 걸쳐 남해읍문화관광형시장 1년을 진단하고 과제를 발굴해봤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화관광형시장 사업은 상인 개개인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을 이용한 접근으로 시장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기초사업이라는 점이다. 모쪼록 문화관광형시장사업이 사업 본연의 취지대로 넉넉한 시골인심과 정을 느끼는 시장만의 분위기를 다듬고 지역경제와 문화를 꽃피우는 토양이 되기를 기대하며 시장상인회와 육성사업단, 남해군으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이 시장 활성화라는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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