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민자유치 제1호 기업 자부심
독일마을과 함께 짓고 함께 호황
물건항 마리나요트 메카 육성 꿈

남해를 찾는 관광 체험 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독일마을, 원예예술촌, 해오름예술촌, 물건방조어부림, 물건항, 요트체험 등의 관광자원이 밀집해 있는 삼동면 물건르 일대다. 이곳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물건항이라는 빼어난 자연경관이 있었지만 독일마을과 원예예술촌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그냥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이곳에 독일마을 건설을 추진할 때 누구도 오늘 같은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남해출신 이기평씨는 달랐다. 그는 김두관의 안목과 추진력을 신뢰했고, 스스로의 판단력을 믿었다. 그 바탕에는 고향에 투자해서 낙후된 고향의 관광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기평씨의 작품이 삼동면 물건리에 우뚝 선 남송마리나피싱리조트(남송가족관광호텔)다.


김두관 전 군수 시절인 2002년 남해군은 민자유치위원회를 조직해 남해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누구 하나 고향에 투자하는 향우들이 없었으나 이기평 회장은 투자의 불모지인 남해에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민자유치 1호 기업인이다. 독일마을을 밀어붙였던 김두관 전 군수의 안목만큼이나 미개발지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기평 회장의 안목도 대단했던 것이다.
이 회장은 삼동면 금송리 사람이다. 고(故) 이종술‧김채점 부부의 독자로 태어났다. 지족초, 남수중, 남수고를 졸업하고 1961년 서울로 유학했다. 대학 갈 형편이 못됐지만 장학제도가 잘되어 있는 경희대 법과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면제받았지만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소 판 돈으로 1년을 자취생활을 하다가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 대학을 졸업했다. 법대를 나와 고시 공부를 했으나 2차에서 낙방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방법원에 근무했다.
당시 공무원 생활은 부정을 하지 않으면 어려웠다. 그래서 1967년 급여가 조금 후한 농협 채용시험에 합격해 대구에서 2년 근무했다. 열심히 일했더니 2년 후인 1969년 농협중앙회 본점 관리부로 발령이 났다. 이후 충무, 김해, 부산, 서울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다 서울 양재동 지점에서 명퇴했다.
이 회장이 고향에 대한 애착을 확인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다. 덴마크 대표팀이 남해스포츠파크에 전지훈련 차 왔을 때 일주일간 사비를 써 가며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남해가 앞으로 먹고 살 길은 관광산업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이 회장은 30여년 몸담았던 직장을 퇴직한 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했다. 일생일대의 투자를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호텔을 건축하기 전 전문가들에게 사업성 여부를 물었다. 대부분 전문가는 시골동네에 호텔을 건축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장엄한 일출, 호수 같은 물건항,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400년 된 방조어부림, 기러기산, 두미도, 욕지도, 갈도, 마안도 등 점점이 떠 있는 섬과 섬, 망망대해와 수평선, 고기잡이 어선 등으로 한국 최고의 조망권을 자랑하는 이곳이 승부처가 될 것을 확신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조망권을 본 것이다.
이 회장은 이미 1983년부터 땅을 조금씩 매입하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의 리조트를 돌아다니면서 기본 도면을 구상했다. 2002년 경상남도 및 남해군과 민자 유치 협정하고, 문화관광부로부터 관광사업(가족호텔) 승인을 득한 후 63세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직접 감독하며 시공했다. 2004년 11월 준공하고 2005년 3월부터 영업을 시작했으나 개업년도에는 적자였다. 영업 2차 년도인2006년부터 흑자로 돌아서자 자신이 생겼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을 특색 있게 가꿀 전략을 생각했다. 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을 검토하다가 이른 봄에 일찍 피며 개화기간이 긴 살구꽃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다. 충남에서 살구나무 300그루를 구해 심었다. 지금은 약 500 그루나 되었다. 살구꽃이 필 무렵엔 호텔 주위가 온통 꽃동네가 된다. ‘살구꽃 피는 호텔’이 된다. 이 회장은 살구 열매를 연구하여 살구 엑기스, 살구 장아찌, 살구 고추장아찌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데 인기가 높다고 한다. 호텔의 모든 방에는 건강에 좋은 살구씨 베게가 하나씩 있단다.
이 뿐만 아니다. 황토방을 연구해 황토건식공법으로 한국 최초로 전 객실 방바닥에 마른 황토를 깔았다. 자고 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호텔의 고품격에 모든 객실에서 취사가 가능한 콘도형의 실용성을 더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요트체험, 요트유람, 카약, 낚시, 수상스키, 갯벌체험, 어촌체험, 어장체험 등 해양레저가 모두 가능한 전문 해양리조트라고 할 수 있다.
식수는 지하 100m에서 솟아나는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다. 미네랄 함량이 98%로 시중생수보다 월등이 높아 마음껏 마시며 샤워도 즐겨 객실에는 샴푸와 린스가 없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서 수질 검사를 해 1등급을 받았다. ‘좋을 수(水)’라는 이름으로 생수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객실 38개 중 4인실 28개, 8인실 6개, 10인실 3개, 40인실 1개로 수학여행, 단체 손님들에게도 최고의 힐링 장소다.
이 회장의 숙원사업인 물건항의 마리나 요트항 개발은 해양수산부의 전액 국비사업으로 실시설계가 끝나 2016년부터 요트 100척이 접안 할 수 있는 마리나 요트항이 건설된다.
이 회장은 “남해의 아들로 태어나 내 모든 것을 남해에 투자했고 남해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남송리조트와 내 인생은 남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남해군 관광발전위원회 위원으로 남해군 관광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집 <살구꽃 피는 호텔>을 펴낸 시인이다. 삼동면 물건 출신의 김명자 여사와 장남 동효(현대건설), 차남 동훈(자영업)씨, 장녀 숙진(이화여대 출신), 차녀 수진(이화여대 출신, 미국 거주)씨를 두고 있다.
윤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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