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의 광역권 관광자원 개발로 2011년에 시작한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은 완성연도가 2017년이기에 일정상으로 보면 이미 종반에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진척 상황을 살펴보면 심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상황을 되돌아보면 서포 문학에 관심을 가진 연세대학교 설성경 교수가 1999년 문학의 해 주인공으로 서포선생이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 군에 오셔서 <서포문학>에 대한 특강을 하면서, 노도의 자연경관과 서포 김만중 선생의 문학정신을 결합시켜 남해의 지역 관광문화로 활용할 것을 군민들에게 제안한 것으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후 남해서포기념사업회가 결성돼 이 사업을 위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오던 중에, 필자가 경남도의회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사업이 남해구의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도의회에서 <서포 문학의 섬 조성>에 관한 정부 지원 사업비 요구 발언을 적극 요청하여 결실을 이룬 것이 본격적인 시발점이 되었다.
이때 경남도의원과 도청 간부들의 서포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국의 문학영웅 서포 김만중>이라는 발표 요지와 더불어 설 교수의 저서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를 수 백부 배포하면서 관련 인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때 남해의 서포기념사업회에서도 고 이종수 회장과 장상우 사장의 주선으로 회원 약 50명이 도의회를 방문해 회의장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열정도 보여줬다. 특히 그 당시 김토호 경남도지사의 <남해안시대>의 주창으로 남해안시대를 발전시키는데에는 그 정신적 주체가 이순신 장군과 이 나라의 대문호인 서포 김만중 선생의 정신적 근저가 필연적인 밑받침이 되어야 함을 주창한 결과, 경상남도에서 이순신 장군의 순국지인 이락사에 예산 280억원과 함께, 남해 <노도 문학의 섬> 조성을 위한 예산 150억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해 승인을 받게 됐다.
필자가 이 사업의 예산 확보의 선봉에 서 있었던 점과 현재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 볼 때, 2014년 초에 조형물 공모 및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 1차분 발주를 진행했다. 그동안 2014년 7월에는 공사 일시 정지, 11월에는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기각처분을 받았고, 2015년 1월에는 결국 공사 일시정지가 해제됐다. 그로 인해 앞으로는 2015년 8월에 설계변경 시행, 10월에 공원사업시행허가 승인, 2016년 5월에 1차분 준공, 6월에 2차분 시행, 2017년 3월에 3차분 시행, 12월에 사업완료라는 일정이 잡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남해신문은 지난 5월 초에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행정절차 미이행, 선급금 지급과정에서의 행정적 하자 등을 지적 보도했다. 남해신문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당시 담당공무원들은 2011년 최초 사업예산이 확보된 뒤 3년이 지나면 예산 집행율에 따라 기 확보된 예산 반납은 물론 잔여 예산확보까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업지연에 따른 예산 반납 위기를 넘기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남해신문 취재 과정에 해명한 바 있다.
또 지난 5월 말에는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거치게 됐고, 그 문제점 및 대책으로 첫째, 미이행된 공원사업 시행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내 부지 보상을 완료해 해당 절차를 이행할 것, 둘째, 실시설계와 현장여건의 상이로 발생한 공사 진행의 애로 사항은 현장 여건에 맞게 설계 변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보다 더 실질적인 것은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의 핵심콘텐츠인 서포문학의 특질과 그 표현 방범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서포선생의 문학정신을 일깨워주는 강연회를 남해 주민은 물론 전국을 돌며 수 십 차례 진행하면서 서포선생의 높은 뜻과 문학적 가치를 높이고 연구를 위해 고심초사 힘을 다하며, 급기야 노도에 캠프를 차리면서까지 오직 연구에 매진해 얻어낸 전문 연구자의 최신 성과를 군 당국에서는 조속히 파악하여 문학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대전에서 다시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학, 대전시의회에서 앞장서 추진하고자 하는 <대전의 서포문학 사업>이나 정부 차원의 <비무장지대 평화통일 공원 조성>에 들어갈 서포정신과 그 문학적 표현을 주축으로 한 사업에 서포문학콘텐츠를 선점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섬은 어디까지나 문학 그 자체가 중심에 서야 한다. 문학의 섬 조성의 성패는 서포문학관을 비롯해 민속체험관, 작가창작실, 상징조형물, 하늘데크, 야외정자, 야외전시장, 초옥 복원 등의 하드웨어에 있는 것이 l아니라, 소프트웨어로서의 문학콘텐츠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형물 제작 및 설치에는 약 1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본격적인 사업을 실행하면서도 정작 사업의 성패와 직결된 문학 콘텐츠 설계나 예산에는 아직까지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물과 외부환경만 조성해 놓고, 문학콘텐츠는 막바지에 일반 기획회사에 콘텐츠를 위탁해 졸속으로 내용물을 채워 넣는 식의,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현대문학관과 차별화 되지 않은 따라가기 식의 내실없는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노도 문학의 섬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문학콘텐츠를 구비한 문학관이 되고 더구나 남해유배문학관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행정 당국이 바짝 정신을 차려서 또 한 번의 늑장 대응과 오판을 하였다는 비판을 면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성공적 결과를 위한 권유와 직언이 듣기 싫겠지만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궁리해 온 필자의 의견을 받아 들여 국내외 관광객들이 서포정신과 더불어 그 문학세계를 최고 수준에서 미학적 향수를 누릴 수 있는 문학관 조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본 기고는 지난 4월말 본지 단독보도로 지역내 이슈가 된 ‘노도문학의 섬 조성사업’ 추진과정에서 남해군이 공원사업시행허가 절차 미이행 등 일부 행정적 하자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남해서포기념사업회측의 기고 요청에 따라 게재가 결정됐으며,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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