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춘식 경상남도의회 의원(농해양수산위원회)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전국적인 이슈로 제기된 경남지역 학교급식 논란이 결국은 저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급식비를 내게 되는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되었다. 경남도와 도교육청은 선별급식이냐 보편급식이냐를 놓고 심각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것이다.
애초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경남도의 도교육청에 대한 급식비 지원내역에 대한 감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교육청이 대등한 독립기관으로서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각종 급식비리와 방만한 예산운용이 드러나고 3000여억원에 이르는 도와 시군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경남도가 감사를 하겠다는 근거는 경상남도학교급식지원조례 제15조(지도?감독) 1항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교육?학예에 대한 사항은 교육감의 고유사무이며 대등한 독립기관인 교육청이 도청의 불법적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로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 도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한 것은 명분이 약하다. 도청의 감사는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특별시 급식지원조례 제7조(지원대상자의 의무) 4항에는 ‘지원 대상 학교 등은 시장의 급식관련 조사 및 서류제출 요구, 회계검사 등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사실상 감사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인천광역시 급식지원조례 제7조 4항은 ‘지원대상 학교장 등은 시장, 군수ㆍ구청장 또는 제9조의 친환경무상급식지원심의위원회가 요구하는 친환경무상급식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하여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아예 모든 사항에 응할 것을 강제규정으로 두고 있다.
법리해석상으로도 ‘지도?감독’이라는 규정은 감사, 조사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널리 인정된다는 점에서도 도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한 것은 명분없는 일이었다. 이런 규정들이 불법이라면 이미 중앙정부의 제동으로 조례제정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출발선상에 있었던 학교급식 논란은 최악의 상황을 맞아 올해 저소득층을 제외한 학교급식 예산 전체가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다. 물론 홍준표 도지사가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지 않고 폭탄던지기식의 예산중단 선언을 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부담할 수 있고 적용해야 할 복지정책의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여지가 있다.
어찌되었든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명제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학교급식을 재개하고 지갑이 얇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더 키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늦어도 10월 이내에 학교급식 정책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어느 쪽이든 명분을 잃어버리는 꼴이 된다. 자신들의 입장만 강요하면서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피해만 입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정치투쟁의 양상으로까지 번져나가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 사회에 바람직하게 적용할 수 있는 복지정책, 학교급식의 방향성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지 정치투쟁을 통한 세력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유럽 선진국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계 최고의 GDP국가인 핀란드, 스웨덴 등 3개국만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 국토가 국가소유인 반사회주의국가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조차 부모의 소득에 따른 선별적 학교급식을 채택하고 있다. 비슷한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아예 학교급식을 시행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거나 사먹는다.
이처럼 유럽 선진국들도 그 사회에 걸맞는 학교급식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학교급식은 재개하고 토론은 다시 해보자는 제안을 드린다.
그 하나의 방편으로 필자는 최근 도의원 31명이 공동발의한 경상남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의 대표발의 의원으로 나서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교육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뜻이 의심스럽다는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그런 시선을 피하지 않겠다. 지금 상황에서 급박한 이 상황을 놓치면 결국 저소득층을 제외한 전체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되는 상황만큼은 막아 놓을 방도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학교급식에 얽힌 모든 주체들이 이 시기의 긴급성에는 눈을 감고 명분 찾기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필자는 도의원으로서 도의회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닌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회계감사나 문제점 파헤치기식의 행정사무조사가 아니라 광범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하고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함께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한다.
필자를 비롯한 본인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함께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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