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시면 모여서 함께 점심 먹고, 담소 나눠
누가 안보일 때는 서로 챙기며, 자체 안전망 만들어

“어디서 무슨 일로 왔는고?”, “누구 찾아 왔는가?”
지난 23일 설천면 덕신마을 회관에 들어섰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받은 어르신들의 질문이다. 아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천면 덕신마을 회관에 있는 홀몸노인 공동거주홈에 들어섰을 때다.
하나 같이 모두 편하게 누워있다가도 동시에 몸을 일으켜 세우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같이 있어서 행동도 비슷해진 친 형제·자매 같은 모습이었다.
남해군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군내 노인들의 고독, 빈곤 등의 문제가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로 확대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5명 이상의 홀몸노인이 함께 사는 ‘공동거주홈’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친 형제·자매 모습을 보여 준 어르신들도 성(成)은 달라도 지금은 이 공동거주홈 지붕 아래 사는 한 가족이다. 적게는 80세에서 많게는 9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공동거주홈에 사는 어르신들의 일상이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기자의 대답에 한 어르신이 말문을 여셨다.
여기서 막내라는 이송금(84) 할머니는 “우리는 이미 바깥주인들은 다 하늘나라로 보내고 우리끼리 여기서 모여서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하고 그렇게 보내고 있다”고 하신다.
이 할머니는 “전처럼 혼자 외롭게 있는 것 보다 이렇게 모여서 있으니깐 나이를 떠나 친구삼아, 동무삼아 같이 하루를 보내니깐 덜 외롭다”고 한다.
지난달 외부에 있었던 화장실을 내부로 옮기는 등 공사를 마무리 하면서 운영되고 있는 덕신 공동거주홈에는 8명의 어르신이 함께 쉬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함께 하고 있다.
둘째 언니라는 김희심(89) 할머니는 “혼자 살 때는 끼니도 거를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다 같이 끼니 때마나 함께 먹으니 밥한 술 먹는 것이 낙인 우리에게는 좋다”며 “또 내가 밥을 준비하면, 저 할매는 설거지하고, 저 할매는 치우고 서로 돌아가면서 하는 기다”고 나름의 식사당번 제도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날도 몸이 불편해서 밥 준비도 이제는 어렵다며 투덜 되지만 이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누워서 쉴 때면 어느 누구의 입에서 노래 한 소절이 흘러나오면 시작을 누가 했으나가 중요하지 않고 다들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아직은 전에 살던 집을 비워둘 수 없어서 잠은 각자의 집에서 청하지만 매일 아침 10시면 약속을 한 것 마냥 같은 장소에서 만나 또 그렇게 하루를 함께 흘려보낸다.
혹여나 아침에 누구든 오지 않으면 ‘왜 안 오는지’ 먼저 챙기며 어르신들만의 안부체계를 구축해 서로를 돌봐주고 있었다.
김인업(87) 할머니도 “맹 혼자 있을 때 보다는 서로 챙겨주고 좋제. 혼자 있는 것 보다 같이 있으면 시간 보내기도 훨씬 수월코 좋다”며 같은 마을사람으로 친했지만, 종일 같이 있다 보니 더 가까워지고 돈독해지는 느낌이란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홀몸노인이 서로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말동무가 되어 하나의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거주홈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전해지면서 남해군도 상반기 각 읍·면에 2개소를 더 설치하는 등 하반기까지 수요조사를 통해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경로당 및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 지원 조례를 제정해 경로당의 냉·난방비, 환경개선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존 경로당을 보수하는 방향으로 공동거주홈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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