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실력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를 일컫는 말로, 비슷한 고사성어로는 ‘백중지세(伯仲之勢)’, ‘막상막하(莫上莫下)’, ‘호각지세(互角之勢)’ 등이 있다.
중국 한(漢)나라 말기에 환관(宦官)들이 세력을 잡고 국정을 농단하는 바람에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져 의식 있는 선비들은 목숨을 걸고 그 폐단을 성토하여 파란을 일으켰다. 그 주인공이 진식(陳寔)이라는 사람인데 정작 그는 성토의 선봉에 설 처지가 아닌데도 동료들이 줄지어 투옥되는 상황을 보고 “내가 옥에 가지 않으면 옥중 친구들이 누구를 의지하랴”라고 하며 제 발로 옥에 들어가 저항했다.
진식은 투옥된 지 얼마지 않아 풀려나 낙향한 뒤 손자들을 가르치며 노년을 보내며 두 아들 원방(元方)과 계방(季方)과 함께 지냈는데 이들 부자의 학문과 덕행에 대한 칭송이 높아 사람들은 이들을 ‘삼군자(三君子)’라 칭할 정도였다. 형제는 아버지가 투옥된 상황에도 두문불출하며 저술에만 전념해 학문에 열을 올렸고, 아버지 진식 또한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뒤 조정의 벼슬 제의도 거절하고 야인(野人)을 자처하며 끝까지 학문을 닦는데 몰두했다.
원방과 계방도 각각 장문과 효선이라는 아들을 두었는데 진식의 손자인 이들이 어렸을 때 서로 자기 부친의 공덕과 공적을 자랑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어 조부(祖父)인 진식에게 판단을 구하자 난감해진 진식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형이고 한 사람은 아우지만 학문이나 인품에 있어서는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를 알 수 없단다(원방난위형 계방난위제, 元方難爲兄 季方難爲弟). 두 사람 모두 훌륭하다는 뜻이니 알겠느냐?”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유래해 오늘날 난형난제는 실력이 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을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난형난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자식들을 둔 진식이 두 손자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현명하게 판단을 내린 것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역시 훌륭한 아버지 밑에 훌륭한 자식이 나온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 속담에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있다. 아우가 형을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형의 아우에 대한 그것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갈모형제’라 형이 아우만 못하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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