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재산권 침해, 불합리” vs 군, “개발행위 제한 영향 미미”

남해군이 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개법)의 개정사항을 토대로 남해군 자치조례인 ‘남해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에 개발행위 허가 기준 경사도를 현행 25도에서 20도로 강화한다는 내용에 대해 관련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조례안이 지난 10일 군의회 소관 상임위에서 개발행위 허가기준 20도를 적용한 군 집행부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반발과 관련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먼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남해군분회, 대한건축사협회 남해지역건축사회, 전국건설기계 경남연합 남해군협의회, 남해군 종합건설협의회, 남해군상공협의회, 남해군사회단체협의회, 남해군관광협의회 등 7개 단체는 최근 “(해당 조례 개정안에 담긴)개발행위 허가기준 20도 강화는 주민의 소중한 재산을 불모지로 만드는 행위”라며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경사도 기준 강화, 군민 재산권 침해” 반발
이들은 우선 “군민 상당수가 재산권 행사 등에 있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군 홈페이지 고시로만 군민들의 의견을 접수한다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 요식행위이자 행정 편의주의 발상에 기인한 부적절한 행정행위”라고 지적한 뒤 “이는 정부의 규제개혁 움직임에도 위배되는 시대역행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현행 개발행위 허가의 기준이 되는 25도의 경사도는 현대 건축 공법 및 토목 기술의 진화로 인해 경사도가 30도라 하더라도 충분히 건축행위가 가능하다며 외국의 경우에는 경사도 30~40도 이상의 토지나 산악지형을 활용해 미관과 경관이 조화된 관광명소를 만들고 있는 사례를 행정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연환경보전지역, 농림지역 등 보전지역이 많은 군내 토지특성상 경사도 강화가 이뤄지면 건축 가능부지를 더 줄이게 돼 효율적 토지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국계법의 입법목적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현재 남해군이 경사도 등 개발행위 허가기준 강화의 당위성으로 내건 ‘난개발 방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박과 펜션 등의 설치로 인해 남해군의 인구증대와 세수확보, 숙박시설 확충에 기여한 측면이 크고 이들의 광고 홍보로 인해 지역의 관광객 유발효과, 지역내 소비창출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며 “군내 민박과 펜션의 증가는 행정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종합적 도시계획에 위배된 개발행위, 이른바 난개발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개발행위 허가기준이 현행보다 강화될 경우 개발가능한 택지의 공급이 원천 차단돼 귀농·귀촌 인구의 유입을 저해하고 직접적인 지역 실물경기를 이끄는 건설산업 등 유관업계의 장기적 침체를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郡, 경사도 기준 강화는 규제 아닌 재난안전사고 대비 목적
이같은 관련 업계의 반대에 남해군은 “개발행위 허가기준이 20도가 되더라도 업계가 주장하는 택지부족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사도 기준 강화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양보할 수 없는 행정적, 법률적 검토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경사도 강화내용을 담은 변경은 “규제보다는 재난안전사고 대비에 개정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군 담당부서는 군의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 심사 과정에서 이들 업계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자료를 의회에 전달,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지 취재 결과 담당부서는 해당 조례안에 담긴 경사도 등 개발행위 기준 강화의 필요성으로 해안선 경관보존과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산사태 등 재난 사전 예방, 펜션 난개발에 따른 오수발생과 이에 따른 악취로 발생되는 집단민원 해결, 펜션 진입로 등에서 유입되는 토사로 인한 교통사고 사전 예방 등을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 강화돼도 개발행위 제한 영향, 극히 미미” 분석
특히 군 담당부서는 업계가 경사도 기준 강화로 인해 개발행위가 현저히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현재 남해군 관리계획 결정 현황을 제시하며 경사도 기준이 25도에서 20도로 강화되더라도 개발가능 용지는 4% 감소에 그친다며 개발행위 제한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남해군의 관리계획 결정 현황은 총 579.24㎢(평방킬로미터)로 이중 육지부가 전체 면적의 약 61%인 357.61㎢이며 해면부가 22.181㎢(38.3%)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개발가능용지로 구분되는 도시지역, 계획관리지역, 생산 및 보존관리지역은 전체 면적의 25%인 145.12㎢로 이중 육지부 면적에서 차지하는 개발가능용지의 비율은 현행 25도 경사도가 적용될 때 46%이며, 20도로 강화될 경우 전체 육지부 비율의 42%로 약 4% 감소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군은 업계가 경사도 기준 강화로 인해 토지거래 등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12월 3일 기준으로 올 한해 동안 발생된 산지개발 허가 및 부동산 거래정보를 집계한 결과 전체 6,206건의 부동산 매매 거래건 중 절반 이상인 56%가 외지인들의 토지 매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이중 경사도 등이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야 매매건은 976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15.7%에 불과하고 실제 산지개발허가로 이어진 사례는 130건으로 매매 대비 13.3%에 불과해 실질적 부동산 거래시장 위축으로 연계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귀농귀촌 정책과 연관지어 ‘시대역행적 행정행위’라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군 관리계획 조정에 대한 행정적 실무작업이 진행 중이고 조정 기조가 기존 마을 주변의 관리지역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존 마을로의 귀농·귀촌 인구 유입효과가 높아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마을 등 취락지구의 개발행위가 증가하게 돼 오히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조례안 오늘 본회의 의결, 결과 따라 후속논란 예상
이 개정조례안은 지난 10일 소관 상임위인 남해군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토론과 표결을 거쳐 집행부 제출 원안대로 통과돼 오늘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남해군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은 “일부 관련 업계의 우려와 반대의사를 포함해 조례 개정을 통해 군민 전체에 미칠 영향과 편익에 무게를 두고 세 시간 가량에 걸친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친 결과 집행부가 제안한 원안인 경사도 20도 적용안을 통과시켰다”고 상임위 검토 결과를 전했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는 만큼 해당 조례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발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현재로서는 해당 상임위의 검토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원안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오늘 본회의에서 경사도 20도 기준이 강화된 일부 개정조례안이 가결될 경우 이들 업계에서는 경사도 등 개발행위 허가기준 강화에 따른 불합리성을 재차 강조하며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은 남해군의회에도 ‘행정의 대변인’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군의회가 행정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뒤를 잇게 될 것으로 예상돼 이와 관련된 지역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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