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450여척·연인원 1천여명…적조 방제에 ‘굵은 구슬땀’
해수부 이주영 장관, 여상규 국회의원, 홍준표 도지사 등 적조현장 찾아

즐거워야 할 지난 추석 명절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시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둔 지난 5일 남해군 미조면 연안해역을 급습한 적조로 남해군 미조면, 상주면, 서면 일대 해상가두리에 피해가 발생해 양식 중이던 참돔, 우럭, 농어 등 약 178만여마리가 폐사했다. 폐사체로 처리된 어류의 무게만 195톤에 이른다.
남해군이 집계한 복구비 기준 피해액은 약 35억여원이지만 추석전 출하를 앞두고 있던 성어(成魚)에 피해가 집중된 탓에 실피해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도면 여름철 적조 재현의 악몽을 넘어 가히 재앙 수준이다.
남해군 연안에는 지난달(8월) 19일 처음으로 적조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보다 약간 앞선 7월 25일 적조주의보에 앞서 적조출현주의보가 내려졌었다.
이후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된 미조면 등 남해군 연안의 수온이 잦은 비에 이은 일조량 증가로 23~25℃ 내외의 적조 발생 및 확산에 최적수온이 형성되며 9월 2일자로 적조주의보는 적조경보로 격상됐다.
남해군 해양수산과 등 수산당국은 어업인들에게 적조 발생 및 확산에 대비해 양식장 급식 중단 및 적조 발생 우심지 예찰 강화, 일부 적조출현 해역의 긴급방제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9월 5일부터 8일 사이 야간에 집중적으로 가두리 어장에 기습 유입된 적조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족·친지들과 도란도란 둘러앉아 즐거움을 나눠야 할 추석 연휴기간에도 적조와의 눈물겨운 사투(死鬪)는 계속 됐다.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물론이고 남해군 해양수산과 등 관계기관의 적조 발생으로 인한 폐사 발생 직후부터 450여척의 선박과 연인원 1천여명의 방제인력을 투입해 약 2500여톤의 황토를 914만 제곱미터의 면적에 집중 살포하며 적조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의 여의도 면적 약 814만 제곱미터를 넘어서는 면적이다.


남해안을 뒤덮은 적조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중앙정부를 비롯한 정치권 등 고위 공직자들의 발길도 속속 남해군 미조항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해양수산부 이주영 장관, 11일 여상규 국회의원에 이어 12일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남해군내 적조 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 및 방제상황을 보고받은 뒤 피해어장을 둘러보며 적조 피해로 시름하고 있는 어업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지난 11일 적조 피해로 폐사어 처리가 한창인 미조면 연안 인근 해상가두리에서 피해 어민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여파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인해 어류 판매량이 급감한 탓에 출하시기를 놓쳐 그나마 추석 대목이라도 기대하며 어쩔 수 없이 키웠던 고기들인데 적조까지 덮쳐 이제 살 길마저 막막해졌다”며 가슴에 담긴 멍울을 토해냈다.
또 어민들은 현장을 찾은 이들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에게 적조 발생 직후 피해 발생 전 안전 해역으로의 선제적 가두리 이동에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민들은 현재 대다수 나무틀로 된 가두리를 해상에서 배로 끌어 이동할 경우 파손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내파성 가두리 교체 지원사업에 행정적 지원을 요구했으며, 이와 병행해 가두리 이동에 필요한 장비와 비용 지원에 대한 정부 당국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현재 재해발생시 크기 14cm, 무게 40g 이상의 어류에 국한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산정기준을 완화해 줄 것과 적조 발생전 또는 직후에 사전방류하는 물량에 대한 지원기준의 완화도 더불어 요구했다.
어민들의 의견을 들은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여상규 국회의원, 홍준표 도지사 등은 한결같이 적조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답변과 신속한 복구지원, 적조예방과 방지를 위한 선제적 대처와 초동조치 강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상규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현장에서 어민들의 이같은 요구사항을 전해 들은 뒤 건의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산정 기준 완화에 대한 관련 법령 개정을 해수부 등 정부 부처에 적극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뒤 ‘사후약방문’식의 재해 대처보다는 선제적 예방조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조 방지대책을 수립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해군은 현재 적조방제에 가장 효과적인 장비로 꼽히고 있는 전해수황토살포기 지원을 정부와 국회의원, 도지사에게 건의했으며, 어민들이 요구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산정기준 완화에 대한 어민들의 의견을 행정적으로 정리해 관계 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남해군 연안 해역에서 유해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 개체가 등락을 거듭하다 11일 1㎖당 5100개체까지 측정돼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인 고밀도를 유지해 오던 남해군 연안의 적조상태는 지난 13일부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17일 기준 남해군 연안해역의 코클로디니움 밀도는 1㎖당 최저 160개체에서 850개체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계기관에서는 추가 발생에 대비한 양식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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