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갑영 향우회사무국장 영전에 이 글을 올립니다.

지난 가을에 상면할 때에도 건강이 회복단계에 있다고 좋아하시던 고인께서 별세하셨다니요. 아무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접하니 그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건강회복을 위해 서울을 떠나 조용한 절에서 휴식을 취하고 누적된 심신의 피로를 풀어보시겠다고 통화 하신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운명을 달리하셨다니 이게 웬일입니까?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과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셨다니 슬픈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고인께서는 살아생전에 참으로 강직하시고 청렴하게 사시면서 저희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고현면 대곡마을에서 태어나시어 도마초등학교와 남해농고 제3회를 졸업하신 신체 건강하고 정의감 넘치는 인물 좋은 청년이셨지요. 해병대 장교로 입대하시어 67년 월남전에 참전하셨다가 73년 중령으로 예편하실 때까지 이 나라 국방의 간성으로서 귀신 잡는 한국 해병대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치셨던 일을 기억합니다.


고인께서는 해병대 중령으로 예편하신 뒤에도 군인정신이 투철하셨고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시어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던 선배님이셨습니다. 고인께서는 저희 남해농고 선배님이셨고 청남 신동관 전의원님을 제일 존경하며 따르셨던 분이셨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고인의 성실함과 인간성에 매료되신 청남선생님은 한국 최고의 전선생산판매업체인 대한전선(주) 특판부장으로 특채되시도록 배려해 주셨고 이후 임원(이사)까지 역임하신후 퇴사하신 것을 잊지 않으시고 언제나 가슴 깊이 청남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간직하고 계셨고 고엽제로 인한 파킨슨병에 시달리는 몸이라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함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신다는 말씀을 남기신 것이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요.

고인께서 월남전 참전의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에 시달리면서도 96년부터 2002년까지 6년간 재경향우회 사무국장과 부회장직을 겸직하시면서 전회장이신 고강창호님을 성심성의껏 보필하시면서 자세가 조금도 흐트러짐 없던 분이셨으며 매년 정초에 신년인사회와 2년마다 열리는 재경남해군향우회(각읍면대항)친선체육대회를 개최할 때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모든 행사경비의 반은 고강창호회장님께서 부담하시고 나머지 반은 재경읍면회장단이 부담토록 배려하시면서 모든 행사를 원만하게 이끌어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고 있습니다. 또한 행사시마다 어려움을 당하시더라도 설득하며 화해와 협력으로 당당히 극복해 나가시던 당찬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생생해지며 눈시울이 따가워질 뿐입니다.

이제 다시는 만난 수 없는 길로 가셨으니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며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삼가 고인이시여!

이제 한 마리의 파랑새가 되시어 생전에 못하셨던 일을 이루시는데 메신저가 되어 주십시요. 언제나 곁에서 향우사회에 사랑과 기쁨과 화목을 선사하는 가교역할이 필요합니다. 고인께서 생전에 울분을 토하셨던 군의 기강확립과 이라크파병문제, 한풀이국가경영종식, 경제위기의 신속한 극복방안, 개혁의 실체, 일자리창출의 대처방안 등의 답답한 현안들을 가슴에 품고 가셨으니 무더위에 지쳐 짜증스러운 향우들과 희망을 잃고 사는 70% 국민들에게 희망의 파랑새가 되시어 우리들 곁으로 풍요로운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사가 되시옵소서. 방향 잃은 철새보다 한 마리의 파랑새가 되시어 자연과 환경이 살아 숨쉬는 희망의 메세지를 입에 물고 날아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고인이시여!

이제 모든 것을 잊으시고 편안하게 극락영생 하옵소서.

고통과 근심, 걱정, 아픔도 없는 극락에서 편안히 잠드소서.

고인보다 먼저 가신님, 묵묵히 향우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셨던 존경하는 고강창호회장님과 해후하셔서 영생복락을 함께 누리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삼가 고인의 영전에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2004. 8.

                              배문태(재경남면향우회 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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