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요원 “이왕 할 거라면 전문분야 관계자 의견 들어야…”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될거면 차라리 없는 게 맞죠… 있어도 사용하지도 못하는 건데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요.”
지난 8일 군내 관공서에 현장점검을 나선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장애인을 위해 군내 각종 공공시설에 설치돼야 할 편의시설이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설령 설치돼 있다고 해도 이용에 불편을 끼치는 자리에 있어 오히려 장애인은 물론 다른 이용객들에게도 불편을 주는 현장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말이었다.
현장점검 차 군내 한 면소재지 관공서에는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현재 위치와 건물의 내부의 위치를 알려주는 종합촉지도가 출입구 뒤편 구석진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배부한 장애인편의시설 표준상세도에 따르면 점자안내판이나 촉지도는 주출입구 근처에 설치토록 제시돼 있고 안내판·촉지도까지 점자블럭으로 안내가 어려울 경우 음성안내를 통해 이들 장애인의 이동을 도울 수 있게끔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설치된 종합촉지안내도는 앞까지 안내하는 유도점자블럭 설치도 미흡했고, 음성안내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작동은 되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관계자가 더욱 안타까워 한 것은 부족한 편의시설을 그나마 보완하고자 최근에 만든 시설인데도 제 위치에 자리잡지 못해 소위 ‘구색갖추기’식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이 관계자와 함께 가본 다른 곳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실정이었다. 설치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유도점자블럭, 화장실 편의시설, 기준치 이상의 출입경사로 등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5년에 한번 씩 전국단위로 진행되는 편의시설점검에서도 매년 남해는 하위권.
매번 평가에서 늘 지적돼 왔듯 건물 노후화, 초기 기초공사부터 편의시설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신축이나 재공사가 아닌 이상 개선되기 어려운 한계는 이해하지만 일부 공공시설에서는 조금만 장애인 편의제공과 관련한 전문분야 종사자나 관계자들의 의견만 반영된다면 미흡함을 개선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또 시행하는 이들의 인식이다. 이들의 인식 속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그냥 설치만 하면 되는 것’, 딱 그 정도의 인식과 사고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확신없이 ‘여기쯤 만들면 되겠지’하는 생각을 하고, 정작 실생활에서의 활용과 가장 밀접한 적정 설치율 보다는 ‘단지 설치했다’는 설치율에 목을 메는 것도 이러한 사고가 뿌리박힌 이유”라고 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관계자는 설명한다.
또 건축신축의 경우 최종허가에 앞서 편의시설점검요원의 사전점검을 받도록 돼있으나, 리모델링을 포함해 추가보완 설치되는 편의시설에는 이와 같은 사전점검 미이행시 제약이 없다보니 늘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남해군에서 기왕 예산을 들여 설치할 거라면 조금만 생각을 바꿔 전문가와 상의한 뒤 보완해 나가는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경남도내 타 시군에서 편의시설 설치와 관련된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긴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필요하다면 관공서를 포함한 시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편의시설설치와 관련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관계 공무원이나 시설 관리자들의 인식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장애를 넘어 노인, 여성, 아동 사회약자 모두가 편안하게 다니 수 있는 무장애도시를 외치고 있는 남해, 5년마다 돌아오는 평가를 위해서가 아닌 진정 모두가 안전한 남해, 이동의 제약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한 관심이 없다면 ‘무장애도시(배리어프리, Barrier Free) 남해’는 요원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치자 장애인들의 발길을 막는 작은 장애물처럼 기자의 마음에도 큰 벽 하나가 생긴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김인규 기자 kig2486@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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