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한 뒤 재빨리 수습을 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말〕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며, 우리나라 속담 '망우보뢰(亡牛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 장신이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는데 하루는 초양왕에게 이렇게 진언했다. “대왕께서는 궁 안에서는 왼쪽에 주후를, 오른쪽에 하후를, 궁 밖에서는 언롱군과 수근궁이 모시는데, 이 네 사람은 음탕하고 방종하여 재정을 낭비하며 국가 대소사를 망치고 있으니 우리의 영성(盈盛)은 보전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고하자 초양왕은 버럭 화를 내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대는 망령이라도 들었나! 엉뚱한 말로 이 나라 백성의 민심을 교란시킬 수작이 아닌가?”라며 심하게 꾸짖었다. 그러자 장신은 “신은 지금의 실정(失政)을 어찌 보고만 있겠습니까. 대왕께서 평정을 찾으시고 바른 정치를 하셔야 하며 계속하여 이 네 사람을 총애하신다면 초나라의 존망은 촌각에 달릴 것입니다. 신의 말씀을 믿지 않으신다면 신이 잠시 조나라에 피하여 시국의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장신이 조나라로 건너간 후 초양왕은 여전히 사치와 음란한 생활을 계속했다. 5개월 후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자 초양왕은 성양으로 망명을 하게 되며 이때야 비로소 장신의 말을 깨닫고는 즉시 사람을 조나라로 보내 장신을 불러오게 했다. 초양왕은 장신에게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련만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겠으나 그래도 과인이 어찌 해야 좋을지 알려줄 수 없겠소?”라고 말하자 이에 장신은 느긋이 “신이 일찍이 이런 말을 들었는데, 양이 없어진 뒤 다시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옛날 탕무가 백리 땅에서 나라를 세웠고, 걸왕과 주왕은 천하가 너무 넓고 방탕한 정치로 나라가 멸망했습니다. 비록 초나라가 작지만 그래도 수 천리는 되는지라 당연히 탕무왕의 백리에 불과한 땅과 견주어 보면 굉장히 많은 것이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옛날에 한 농부가 양(羊)을 몇 십 마리를 길렀는데 하루는 양 한마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 양이 어디로 간 거지?” 라며 살펴 보니 양 우리에 구멍이 나 있었다.
저녁에 이리가 구멍을 뚫고 양을 잡아 간 것이다. 이웃사람이 “서둘러 양 우리를 수리하게나”라고 충고하자 이 농부는 “양은 이미 잃어 버렸는데 우리를 수리한들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이웃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또 양 한 마리가 없어졌다. 같은 구멍으로 들어와 한 마리를 잡아 간 것이었다. 이때야 이웃의 말을 믿고 서둘러 양 우리를 수리하여 다시는 이리한데 잡혀가지 않았다. 여기서 ‘망양보뢰’는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다시 말해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뜻이 강하다. 우리 속담의 ‘망우보뢰’는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사후약방문'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한국과 중국의 관념차이를 꼼꼼히 따져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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