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일정이 급해서…”, “대표님, 이제 떠날 시간…” 주민 힐난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남해군 서부연안의 피해가 확산되며 많은 지역주민들이 방제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을 당시 일부 군내 지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뒤늦게 알려지며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우이산호 충돌 유류오염사고로 인한 남해군의 직접적인 피해가 확산될 즈음 해양수산부 손재학 차관은 지난 14일, 남해군내 피해현장을 찾아 지역민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부 당국의 책임있는 고위 공직자가 피해 현장을 찾은 터라 갑작스런 사고에 생업마저 내팽개치고 연일 방제작업에 나섰던 지역주민들은 손재학 차관을 향해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피해 보상과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 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현실을 토로하는 간담회 자리인지라 피해 현장 각계의 주민들이 참석해 자신의 발언 순서를 기다리던 중 “일정상 차관님이 바쁜 관계로 두 분의 의견만 더 듣겠다”며 정현태 군수가 차관 일행의 일정을 걱정하는 식의 발언을 하자 어민 대표인 광양만어업피해 남해군대책위원회 박만진 위원장은 “(군수는 어민들의)발언을 자르지 마라”며 발끈 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번 사고로) 생계마저 막막한 어민들이나 피해지역 주민이 오늘 같은 날 속 시원히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또 박 위원장은 이달 초인 5일 기름유출 피해현황 파악을 위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일행이 남해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정현태 군수와 남해군의회 한호식 의장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황우여 대표와 간담회 당시에도 정현태 군수가 새누리당 관계자의 일정을 이유로 피해어민들과의 간담회 일정을 중략시켰고, 이 자리에서 남해군의회 한호식 의장도 황 대표 귀에 대고 “대표님 떠나셔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며 “피해지역 주민들을 대변해야 할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이 이런 행동을 해도 되냐”며 비판의 수위와 강도를 한층 높였다.
이날 박만진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피해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일반 군민들 사이에도 이들 군내 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이 부적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분위기다.
지역주민 A(46)씨는 “새누리당 대표면 수행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이겠냐? 당 대표 일정까지 꼼꼼히 챙기는 남해군의회 의장이 정작 지역주민의 애타는 마음은 왜 챙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까지 해안으로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판에 번지르르하게 양복 차려입고 번쩍이는 관용차 타고 나와 폼이나 잡고 있는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힐난했다.
한편 지난 14일 손재학 해수부 차관이 방문했을 당시, 함께 남해를 찾은 여상규 의원은 정현태 군수의 피해상황 브리핑을 받고 있는 손 차관에게 “피해현장 둘러보러 온 사람이 지금 한가롭게 군수 보고나 받고 있을 상황이냐? 당신!(차관) 군수 얼굴 보러 여기 온거냐?”며 언성을 높였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고, 군 관계자는 당시 의전상 착오가 있어 정 군수가 차관에게 먼저 피해상황을 보고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뒤늦게 정현태 군수와 한호식 의장의 이같은 언행이 회자되며 이같은 해프닝도 거듭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군민들은 물론 일반 군민 사이에서 새삼 재론되고 있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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