良 : 어질 량,  藥 : 약 약,  苦 : 괴로울 고,  口 : 입 구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로우며, 충고하는 말은 듣기는 싫지만 자신에겐 이롭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중국 은(殷)나라 ‘탐왕’은 바른말을 하는 충신이 있었기에 번창했고, 하(夏)나라 ‘걸왕’은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멸망하고 말았다. 임금을 거스르는 신하가 없고, 아버지를 거스르는 아들이 없고, 친구에게 쓴 소리하는 친구가 없다면, 모두가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직언을 하고,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직언을 하고, 자신이 잘못하면 친구가 직언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나라가 위태해 지지 않고, 집안의 악행도 없으며, 부자(父子)간의 불화도 없을 것이고, 친구와 사귐도 지속될 것이다. 천하(天下)를 통일한 진(秦)나라도 시황제(始皇帝)가 죽자 삽시간에 흔들려서 혼란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나라 토벌의 기치를 앞세우고 초(楚)나라의 '항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맹렬한 경주를 벌인 한(漢)나라 '유방'은 때를 포착, 항우의 군대보다 먼저 진나라 수도 함양성내로 입성했다. 서로 필사의 경쟁에서 이긴 유방은 위풍당당하게 진나라 왕궁으로 갔다.
호사의 극치로 장식되고 즐비하게 늘어선 궁궐, 산적한 눈부신 금은보화, 겹겹으로 서있는 절세미인 후궁들을 보는 순간, 유방은 지난날의 주인이요 권위자였던 진시황제의 영광을 누려 보고만 싶었다. 이러한 유방의 눈치를 알아차리고 충언을 한 자는 강직하기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번쾌'였다.
번쾌는 유방에게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큰일과 극복해야 할 고난은 이제부터가 아니겠습니까? 한시 바삐 진을 치고 전세(戰勢)를 가다듬으셔야 합니다”라고 고언했다. 그러나 넋을 잃고 있던 유방은 듣지 않았다.
난처해진 번쾌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영리하고 지혜로운 모사 '장량'이 나서며 “진나라가 천도를 거역하고 무도한 학정(虐政)을 펴서 백성들의 원한을 샀기 때문이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진나라의 시달림을 받으며 신음 속에 살아온 민중을 어루만져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진시황제와 같이 보물이나 미녀에 눈이 멀어 포학불륜하고 음란한 향락에 빠진다면 공든 탑은 무너지고 역사상에 악명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번쾌의 고언을 거들고 나섰다.
장량은 이어「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양약고어구 이리어병, 충언역어이 이리어행)」, “양약은 입에는 써도 병에는 듣는 것이며, 충언은 귀에는 거슬려도 실행하면 이로운 것입니다, 제발 번쾌의 충언대로 행하여 주십시오”라고 직간을 했는데 유방은 펄쩍 깨닫고 미인과 보물을 버리고 지체 없이 왕궁을 떠나 진을 치고 전세를 가다듬어 평정을 찾아 국난(國難)을 극복하여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태도, 귀를 열고 남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이 고사성어는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도 큰 교훈이 되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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