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뜻함
倒 : 넘어질 도,  行 : 다닐 행,  逆 : 거스를 역,  施 : 베풀 시

도행역시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중국 <사기> 중 ‘오자서(五子胥)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올해(2014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는데 한반도 상황은 서로 선을 긋고 상대를 불신하고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한 편에서 다른 한편의 행동을 보든, 어느 쪽 편에서 보든, 순리를 거스르고 행동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 선정이유인 것 같다.
오자서는 원래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와 형이 평왕에 의해 살해를 당해 오자서는 복수심을 품고 초나라를 떠나 송나라, 정나라, 진나라 등을 떠돌다 오(吳)나라 합려 왕과 마침내 초나라를 정복하게 된다. 그에게는 복수의 기회이며 오자서는 이미 죽어 무덤에 묻혀 있던 자기 아버지와 형을 살해한 평왕의 시신을 꺼내 3백번이나 매질을 하는 복수를 하는데 이에 오자서의 친구였던 신포서(申包胥)는 편지를 보내 복수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오자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도행역시(倒行逆施)”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어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 순리를 거슬러 행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뜻으로 풀이돼며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라는 변명에서 유래됐다. 오자서와 신포서는 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오자서는 초나라에 복수심을 품게 되고 신포서는 초나라를 지켜야 하는 충신이 되면서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결국은 두 사람은 초나라를 사이에 두고 서로 적대적인 사이가 되었던 역사 속에 실존했던 비극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오자서는 ‘도행역시’ 뿐 아니라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오월동주(吳越同舟)’ 등의 고사성어, 그리고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더불어 중국4대 미녀로 꼽히는 서시(西施)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오자서는 오나라 합려 왕과 아들 부차도 모시게 되지만 결국 부차에 의해 자결을 명받고 목숨을 끊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와신상담’과 ‘오월동주’라는 고사성어와 월나라 미인 서시는 월(越)나라 구천왕이 보낸 미녀 스파이로 부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부차를 넘어트렸지만 와신(臥薪)의 부차가 구천에게 복수를 했지만 상담(嘗膽)의 시간을 거쳐 미인 서시의 도움을 받아 구천이 복수에 성공하는 한편의 소설같은 사자성어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도행역시’는 이후 그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잘못된 길을 고집해서 걷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며,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주문하는 백성들의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진취적인 도전정신, 높은 도덕적 가치, 소통과 화합으로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달라는 시대적 요구를 담은 고사성어라 할 수 있다.
‘청마의 해’, 대망의 새해에는 온 누리에 사랑과 평화가 함께 축복받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