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례없는 시금치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시金치’라고 일컬어지며 군내 농한기 소득작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남해시금치가 올해는 작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최근 이같은 농민들의 우려와 시금치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 우려가 예년에 비해 폭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물량의 약 20%정도가 출하된 초반 시기, 농업인과 농협, 농정당국이 시금치 가격 하락에 따른 대책 수립 촉구와 이에 대한 대응을 놓고 서로 불신의 벽만 쌓아가고 있는 듯한 우려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직접 경매현장에서 접점을 이루는 농업인과 지역농협간에 느껴지는 입장차는 장기적인 시금치 산업의 근간인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입장차의 간극이 넓어지면서 발생할 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일선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가격하락세가 농협 주도의 유통과정에서 생성된 수수료나 마진 때문에 더욱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로 지역농협을 바라보고 있고, 지역농협은 일선에서 빚어지는 농업인들과의 마찰로 인한 부담과 더불어 전국적인 채소가격 하락으로 인한 시장여건을 극복하기 힘든 이중고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농정당국도 생산자인 농민의 입장에서 제기되는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문제 제기와 불만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장여건 분석에 따른 농협의 수고를 외면할 수 없어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본지는 앞선 칼럼에서 시금치 종자 논란이 이슈가 됐을 당시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경구를 인용해 내부적인 논란 제기로 인한 장기적인 시금치 산업의 지향점에 도달하는 것에 혼선을 경계하며 우려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시금치 가격 하락세는 농협과 농정당국의 관리소홀로만 책임을 몰아붙이기엔 전국적인 시장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대외적 변수의 영향도 크다. 힘들게 지은 시금치 농사가 대외적 여건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농가의 고충과 시름은 더할 나위 없이 가슴아픈 일이지만 품목 특성상 저장성이 떨어지고 출하시기별 가격 진폭이 출렁이는 시금치의 특성상 이같은 리스크를 전혀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행히 12월 김장채소의 수요 증가가 둔화되고 신선채소류의 소비가 회복되고, 겨울 기온하강으로 인해 생육이 정지돼 출하시기 조절에 여력이 생기면 현재의 가격 하락세를 반등시킬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리란 전망이 나오는 점은 농가 입장에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금치 재배농가와 면적의 증가세가 매년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금치 단일 품목만을 두고 장기적인 방향 제시와 대책이 수립되는 것은 현상 진단에서부터 반쪽짜리 대안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본지 보도를 통해 간헐적으로 언급해 온 것과 같이 시금치가 남해군의 대표적인 농한기 소득작목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언급한 신선채소 소비 및 유통시장의 한계, 상품저장성의 한계에 있어 마냥 시금치 작목의 재배면적 증대만을 권장하고 환호할 수는 없다.
타 주소득작물인 마늘이 가진 탁월한 저장성과 농가 출하시기 조절 여력 등의 특성과 더불어 시금치와 마늘의 대체·보완재적 관계 수립에 농정당국과 농협, 일선 농업인들의 뜻과 의지가 한데 모여 두 작목의 재배면적 황금비율을 찾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금치가 가진 작목 특성상 예견된 리스크를 이미 농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으면서 시금치 재배면적이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영농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현상이 심화되면서 마늘보다는 적은 노동력이 드는 시금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란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단이다.
그러나 양 작목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마늘 따로, 시금치 따로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마늘 기계화 보급 활성화는 시금치로 전환될 수 있는 영농인구를 마늘 재배농가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고 올해 다행히 비약적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군내 농협과 농정당국이 관리가능한 적정 재배추정면적 1000ha 내외의 평균 재배면적을 두 작목 모두 균형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매년 시행하는 재배의향 조사부터 파종·재배면적 관리까지 농업인과 농정당국과 농협의 원할한 협조가 지속돼야 한다.
작금에 불거지고 있는 이들 농업인과 농협, 농정당국 각자의 입장차에서 느껴지는 간극을 회복하는 상호 신뢰의 회복이 이같은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기본이며 장기적인 마늘·시금치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상식 수준의 이야기다.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한 조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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