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남해를 지켜주세요

남해 새 지킴이 장성래, 박진석

“딱따구리가 왔네요. 이곳만해도 큰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박새, 딱새, 직박구리, 사할린되솔새, 물총새, 소쩍새 등 다양한 새가 모여들어요”

고교생 새 전문가 박진석 군(해성고등학교 2년)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초대 없이 날아든 또 다른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여기 제비딱새도 오고 곤줄박이도 온다”며 새 사진가 장성래 작가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장성래 작가와 박진석 군을 만난 곳은 해성고등학교 옆 오리숲 내 팔각정이다. 학교 인근인데도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호젓한 숲속에서 두 사람을 만나 남해 새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을 만난 것은 최근 남해군청 홈페이지 ‘군정에 바란다’에 올라온 한편의 글이 그 원인이다.

‘보물섬 철새를 보호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은 철새 포획 및 식당유통·취식에 관련한 것으로 남해군을 찾는 관광객들과 생태 보존을 위해 불법포획을 자제하자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남해 새 지킴이 장성래, 박진석’이라고 글쓴이의 이름이 담겨있었다.

장성래 작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수의 새 사진전을 열며 환경지킴이로 관내에서 이름이 나있으며 박진석 군 또한 지난 7월 고교생의 신분으로 새 사진전을 열며 본지에 관련기사가 실린 바 있다.<7월 19일자>

장 작가와 박 군은 생태관광지로서 남해군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철새 포획 및 유통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장성래 작가는 “이미 몇 년전부터 겨울마다 일부 군민들이 직업처럼 철새를 포획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며 남해군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혹시 새를 잡는 분이 이글을 보시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진석 군 또한 “오리 종류가 먼 길을 날아오며 근육량이 많아져 식용으로 포획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포획이 이어지면 각종 오리들도 20년 안에 멸종위기종이 되고 말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렇게 새를 포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를 아끼는 군민들 또한 있어 두 사람은 힘을 얻는다.

장 작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다친 새가 있다고 연락을 해주는 이가 있는가하면 전화로 여러 가지 새에 대한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장 작가와 진석 군은 새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져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새를 보고 즐기며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남해군에서 새를 관찰하기 좋은 곳은 강진만과 선소해안, 앵강다숲 등 나무가 적고 면적이 넓은 지역이에요. 나무가 너무 많으면 새들이 날아다니는데 방해가 되고 나뭇가지에 가려 새를 보기가 힘들죠. 생생랜드 같이 새를 관람할 수 있는 시설도 있지만 홍보가 안돼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아쉬워요. 그리고 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선소해안도로에 10m 정도 높이의 관람대가 설치되면 바다와 반대편 갈대밭의 새들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새 조망의 명소가 될 것 같아요.”

새를 사랑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두 사람이 전하는 새 조망 포인트다.

40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새 동지인 두 사람은 새에 대한 소망까지 비슷하다. 박진석 군은 “국립공원 측에서 남해군에 소규모 ‘조류 연구소’를 세워 주면 좋겠다. 나중에 조류학자가 돼서 그곳에서 연구활동을 하고싶다”고 전했으며 장 작가 또한 “흑산도에 있는 철새연구소가 남해에도 있었으면 한다. 아! 팔색조를 전문으로하는 ‘팔색조 연구소’가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두 사람은 “남해군에는 200여종의 새들이 살고 있으며 그중 팔색조와 매, 새매, 참매,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도 각각 15종이 분포하고 있다”며 “새들은 하늘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고 마음을 깨끗하게 해준다. 일부 과수에 피해를 주기는 하지만 그 외에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전혀 없다. 다시 한 번 새를 보호하는데 모든 군민이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진석 군은 지난 9월 남해 조류의 생태를 기록한 ‘새와 함께 꿈을 꾸다’를 출간했으며 장성래 작가와 공동으로 ‘팔색조 육아의 비밀(가칭)’ 집필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내년 6월 내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늦어도 내달 초 남해읍전통시장 등에서 철새보호와 관련한 리플렛 홍보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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