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 권세  권,   不 : 아니 불,   十 : 열 십,   年 : 해 년
花 : 꽃 화, 無 : 없을 무, 十 : 열 십, 日 : 날 일, 紅 : 붉을 홍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다는 뜻으로 좁게 말해서 '젊음은 찰나(刹那)'라고 하지만 넓게 보면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뜻의 격언이다.
권력은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라 권력을 제 멋대로 휘두르거나 잡으려고 안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 석 달 열흘 붉은 백일홍도 있지만 싱싱한 아름다움이 열흘 가는 꽃은 거의 없다, 세상살이에 있어 영원한 것은 없음을 말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속담에서는 인무천일호(人無千日好),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이라 ‘사람은 천 일을 한결 같이 좋을 수 없고, 꽃은 백일 붉은 것이 없다’는 말로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은 “덕은 삼황(三皇)보다 낫고 공적은 오제(五帝)보다 높다”라고 하여 자신의 칭호를 왕에서 황제(皇帝)로 바꾸었다. 자신은 첫 번째 황제이므로 시(始, 처음 시)를 써서 시황제(始皇帝)라 하였고 아들을 2세 황제, 그 다음을 3세 황제라 하여 자자손손 만년토록 이어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처럼 기세등등하던 진시황의 왕조는 2세 황제인 호해(胡亥)에 이르러 2대 15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오래도록 누릴 수 없다는 말로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거나 권력을 잡으려고 집착하는 인간들에게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권력이나, 힘, 재물, 젊음 등은 결코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는 그 끝이 있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 없이 많은 권력자들이 이 성어 앞에 자유롭지 못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새 정권이 들어서고 권력의 지형도가 바뀔 때 마다 유행처럼 이 말이 회자되었다. 이 땅에 최고 권력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언론과 여론에 시달리며 맥을 못 추는 걸 보면 연민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권력과 명예, 부(富), 특혜를 누리며 검은 돈에 현혹되어 어쩌다가 사법처리 되는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었는지….
지난날의 권력의 달콤한 속성 앞에 인간이 얼마나 속물화 돼 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상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며 영화(榮華)를 뒤로 하고 고개 떨군 채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되뇌이니 깊어가는 가을밤이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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