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요즘 시쳇말로 참 ‘버라이어티’ 하다 싶은 느낌이다. 강에는 녹조, 바다엔 적조, 땅에는 폭염에 가뭄까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력한 존재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말로 애써 자위해 보려 해도 올해 연이어 터지는 자연 재해에 가까운 현상들 앞에서 막연히 손을 놓고 있는 것 자체가 답답하고 짜증스럽기만 한 요즘이다.
다행히 약 한 달여간 남해안을 죽음의 바다로 뒤덮었던 적조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지만 전반적인 소강상태를 보이며 점차 소멸될 기운을 띠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단비같은 소식’이 아니라 진정 ‘단비’가 필요한…극심한 가뭄양상이다. 농민들의 가슴은 벌어진 논 바닥마냥 쩍쩍 소리를 내며 벌어지고 평년 여름철 많은 강수량에도 불구하고 섬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늘 물 부족에 시달려 오며 나름의 내성이 찬 남해군민들임에도 올해 폭염과 함께 들이닥친 가뭄에 여기저기서 버거운 탄식이 터져나온다.
최근 갖은 기상이변 탓에 중앙언론을 비롯한 지역언론에서도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을 자아내는 변수에 새삼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냥 분위기에서 그치기만 한다는 것이다. 매년 적조 발생시마다 뿌려대는 황토 구입비와 방제비, 그 예산의 일부분만이라도 적조생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효율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이른바 연구개발비로 다시 재투자하자. 또 가뭄마다 반복되는 다목적 댐 건설 필요성도 비가 오면 씻겨가는 먼지 같이 반복되다 잊혀지는 이야기가 아닌 항구적인 대책 마련과 과감한 추진력이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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