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 관내 업체대상 후원요청, 현행 기부금품법 위반”
“축제내실화·지역업체 축제 참여로 사회환원 성격 짙어”

지난달 30일 개막해 2일까지 나흘간 열리며 각계 각층의 다양한 평가 속에 갈무리 되고 있는 제9회 보물섬마늘축제 당시 남해군이 관내 업체를 대상으로 후원금품을 모금해 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한 통신사 매체의 보도를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의 핵심은 마늘축제 후원금품 모금 주체인 남해군이 ‘불법모금’을 자행해 현행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것이냐, 아니면 축제 내실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로 의견이 갈리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남해군의 관내업체 대상 후원요청 행위 자체가 불법”
먼저 기존 보도 및 본지 취재 내용에 따르면 남해군은 올해 마늘축제 운영과 관련해 지난 5월초 다수의 지역업체로부터 기정액의 후원금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남해군은 이들 후원요청 대상 업체에 남해군수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발송해 후원을 독려하고 일부 업체는 담당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후원금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와 본지 취재과정에서 일부 군민들은 “군 금고은행으로 지정된 농협을 비롯해 상당수 업체가 남해군의 인허가 등 행정기관 고유의 권한과 맞물려 있는 입장에서는 군이 강요하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후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이같은 남해군의 후원협조 요청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일각의 여론과 남해군이 후원을 요청한 행위만 놓고 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부 및 후원금품 모집행위를 원천 금지하고 있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엄연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 특히 민선 이후 과도하게 늘어난 각종 지역축제 및 문화체육행사의 난립으로 인해 국가 등 공공기관이 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후원 요청이 쇄도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와 관련한 폐해를 줄이고자 1999년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법 제정 취지와 이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라도 기부금품을 모집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중앙 주무부처 장관(안전행정부 장관) 또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남해군은 이같은 법적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권익위도 지난 2009년 지역문화행사 지원금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에서 3억원 이상의 일정규모 이상,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지역문화행사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마련해 운영위원회 구성과 역할, 재정지원 및 집행에 대해 명확히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특히 이같은 지역문화행사에서 행해지는 기부금품 등 모집 및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09년에 이미 전국적으로 개선권고안이 내려진 사안이 지금에 와서 논란이 재현되는 상황은 어쨌거나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남해군, “기관단체 축제 참여도 제고, 지역환원차원의 순수한 의도”
이같은 남해군의 위법한 후원금품 요청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고 본지의 취재가 이어지자 남해군은 지난 26일 오전 열린 마늘축제 평가보고회 당시 A4 한쪽 분량의 축제 광고협찬과 관련한 경위와 의견을 담은 자료를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남해군은 축제당시 광고협찬 경위에 대해 “군내 기관단체의 참여도를 높이고 군민에 대한 지역환원 차원의 순수한 의도로 광고 협찬을 요청한 것이며, 관내업체 및 기관에 광고협찬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군은 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편성된 NH 농협은행 남해군지부의 리틀엔젤스 공연은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문화복지재단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문화공연을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축제에 참여한 목적사업 성격이 짙고 공연단과의 계약 체결 과정도 농협과 직접 계약한 것임으로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머지 마늘소망등과 대형현수막, 마늘모자, 애드벌룬 등도 축제 분위기 고조를 위한 단순한 협찬이며 당사자간 직접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거듭 피력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군 담당 공무원은 “올해 축제 예산이 전년에 비해 3200만원 가량이 감액됐고, 향후 추경시 감액된 예산을 추가 편성할 예정이었으나 추경재원 확보 불투명 등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축제 내실화를 위해 관내 업체에 애드벌룬 등 광고협찬을 받은 것으로 ‘순수한 축제 내실화’를 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른 절차상 문제는 시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축제 내실화를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은 거듭 강조했다.
▲마늘축제 등 지역축제 재원 확보 방식, 획기적 혁신 이어져야
올해 보물섬 마늘축제 당시 남해군이 관내 기관 및 업체를 대상으로 한 광고협찬요청을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볼 것인지, 지역축제 내실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는지가 팽팽하게 양론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통상 ‘관행’이라는 표현을 빌어 이같은 위법행위와 정서적 이해를 오가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급한 축제 주관단체의 변경을 비롯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무게를 얻고 있다.
먼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보자면 국가 및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해군이 군수 직인이 찍힌 후원협조 공문을 발송한 행위는 의도의 순수성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엄연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기에 이에 대한 개선조치가 시급히 이어져야 한다. 특히 최근 다수 지역문화축제의 주체가 민간 차원의 조직위 또는 추진위로 변경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행 남해군수가 위원장으로 위촉된 마늘축제추진위원회의 직제와 조직 성격을 민간에 이양시키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단 보물섬 마늘축제의 장기적인 발전과 내실화를 위해 전문적인 상근 사무국을 신설하고 예산으로 지원되는 축제 재원은 민간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비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보조금 정산의 투명성 확보와 기부금품 모집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정산자료 상시 공개화를 명문화하는 등의 보완 조처가 병행돼야 한다.
또 원천적으로 지자체 예산에 편중된 축제 재원 확보 방식에서 탈피해 축제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이에 경영마인드로 접목시키는 축제 성격의 일대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상 상당수 지역축제가 여전히 행정, 관 주도의 축제 운영과 예산 의존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성공한 지역축제에서는 기업의 타이틀스폰서십을 유치해 행정예산의 과도한 편중을 해소하고 축제의 내실화를 꾀하는 경영방식을 도입해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보물섬 마늘축제의 재원확보 방식도 행정예산에 예속된 부분은 효율적으로 조정해 가며, 관내 마늘가공업체 또는 유관사업체의 스폰서십 체결이 공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금에 불거진 축제 기부 및 후원금품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협조요청의 배경을 둘러싼 일반 정서가 어느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는 일반 군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지만, 도출된 문제점에 대해 ‘관행’으로 묻어 넘기거나, ‘우리만 그러는 것이냐’로 억울함을 피력하기보다 논란을 건설적이고 대승적으로 받아 들여 긍정적 해결책으로 가져가려는 사고의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
문인 셰퍼드 코미나스는 자신의 저서 <치유의 글쓰기>에서 “긍정은 치유과정에 활기찬 에너지를 제공한다. 타인으로부터 긍정이 아닌 부정을 당했을 때는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다. 하지만 타인으로부터 긍정의 말이 나오길 기다릴 필요 없이 스스로를 긍정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칭찬으로 영혼 깊이 울림을 전해보라”고 조언한다.
비록 작금에 남해군에 제기된 후원금품 논란이 문제를 제기한 측과 받아들이는 측의 관점차에서 비롯된 이해의 폭이 다를 수 있지만 '관행‘으로 묻어왔던 환부를 도려내고 장기적으로 남해군 대표축제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어야 할 시점이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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