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길을 가다가 손이 더러워져서 손 씻을 곳을 찾았다. 마침 남해군청 근처를 지나고 있었고 군청에 옥외화장실이 있는 것이 생각나 군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옥외화장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궁리 끝에 군청건물 내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을 수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다시 군청 옥외화장실에 들렀다. 여전히 굳게 잠겨있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 먼저 옥외화장실에 오신 할머니 한 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문이 잠겨있네. 남자화장실은 열려있으려나?” 남자화장실이 열려 있다고 해도 할머니가 남자화장실을 쓰시는 것은 어려운 일. 이에 몇 주 전 내가 사용했던 건물 안 화장실로 할머니를 안내해드렸다. 그리고 할머니께 “건물 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거 모르고 계셨어요?”하고 여쭈어봤더니 역시나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군청 옥외화장실은 토요일에 대체로 잠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 화장실 개방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사람들이 공용화장실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로인해 화장실 개방 시 파손과 오염, 혹은 사고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최소한 군청 옥외화장실은 군민을 위해 상시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나 이와 관련한 남해군 조례에 ‘주말에는 각 지자체(군청) 건물 옥외화장실을 폐쇄한다’ 고 명시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렇다면 관련법 또는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고, 법률이 화장실 개방을 정하고 있으나 관련조례가 없다면 군청 내 모든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하는 조례가 제정되기를 바란다.

물론 옥외화장실이 잠겨있다면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지만 연세 드신 분들은 이를 잘 모르고 계실 가능성이 많다. 옥외화장실은 눈에 잘 보이지만 건물 내 화장실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만났던 그 할머니 역시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용무를 해결하지 못하고 불편한 상태로 군청을 떠나셨을 가능성이 많다.

군민을 위한 군정은 이런 작은 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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