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미소를 머금고 갈 수 있는 축제 만들고파…

D-6, 결전의 날이 드디어 눈앞에 닥쳤다.
즐겁고 흥겨워야 할 축제 기사를 쓰면서 “웬 결전?”, 의아해 하는 분들 계실테다.
일반 군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는 31가지 맛으로 무장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입맛 맞는 대로 골라 먹고 골라 보는 재미있는 축제지만 그 다양한 입맛을 맞춰야 하는 이 남자에게는 ‘축제’는 ‘전쟁’이고 ‘축제장’은 때론 피 튀기는 ‘전장’이다.
지역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의 도약을 꿈꾸는 제9회 보물섬 마늘축제. 그 도약의 중요한 시점에 총감독이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은 제이스토리 김종원 대표.
나흘간 시간이 정해진 전투에서 그는 ‘야전사령관’이 돼야한다. 작전명은 ‘Everybody Smile'(모두를 웃게 하리라).
곳곳에서 뚝딱뚝딱 뭔가 만들어지고 세워지고 정신없이 ‘참호와 ‘진지’가 구축되는 이동면 마늘나라, 그의 전장에서 올해 마늘축제‘작전계획 ’을 미리 들어봤다. 제9회 보물섬 마늘축제의 ‘야전사령관’, 김종원 제이스토리 대표와의 대화는 보물섬 마늘나라 일원의 전장과 그의 임시 야전 지휘통제실을 오가며 이어졌다. 그리고 그와의 대화는 몇 번의 변주(變奏)를 거쳐 카멜레온 같은 그의 포스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한 시간이었다.

 

▶축제라는 전장에서 무기는 ‘아이디어’=일단 축제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가 먼저 보여준 이미지는 언급한대로 ‘야전사령관’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뭘 갖고 싸울 건가?” 공격적인 질문부터 내던지고 봤다. 돌아온 답은 ‘아이디어’, 그는 축제에서 무기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전장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지휘해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것. 그게 자신이 맡은 ‘야전사령관’ 의 역할이라 했다.
아주 오래전 그가 방송일을 할 때였단다. 죽방멸치를 방송소재로 잡아 처음 남해를 찾았을 때 그는 이 곳 남해에서 뭔가 일을 벌여 보고 싶다는 ‘-장이’다운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그에게 우연처럼 찾아온 보물섬 마늘축제 총감독직 제의.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무기인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의 무기 도입은 인터뷰 중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인식부터 바꿔라! “축제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 일단 그의 작전개념 핵심은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지역축제 중에 실패하는 축제의 원인은 주최 측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축제의 주인공은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다. 바로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것에서부터 축제이 성공은 시작된다”.
어지간해선 의심 많은 성격 탓에 장단 맞추는 일이 없었던 고개가 그의 말장단에 함께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유명가수, TV에서만 보던 유명한 MC 등등 축제의 화려함을 더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템들은 무대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주인공처럼 보일 뿐 사실 축제의 주인공은 ‘당신’이라는 것. 그리고 이 즈음부터 그의 포스는 앞서의 야전사령관의 이미지에서 약간의 변주(變奏)가 느껴졌다.
▶보물섬 마늘축제를 웃음과 감동의 장으로 = 야전사령관 같았던 그가 약간의 변주를 거쳐 보여준 다음 이미지는 ‘영화감독’같은 모습이었다. 전장이었던 축제장은 은막으로 바뀌고 그는 거기에 몇 편의 작품을 투사했다. 스포일러 짓은 잘 안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마늘축제라는 은막에 담고 싶은 장르는 ‘휴먼코메디멜로드라마’다.
그리고 서스펜스, 스릴러, 호러도 갖춰져 있단다. 대표적으로 이같은 미장센을 보여주게 될 곳이 ‘마늘스토리텔링 동굴’이다. 참 이 곳에 갖춰지게 될 몇몇 부재들은 SF같은 느낌도 전해 줄 듯 하다.
결국 축제장 곳곳, 요소요소의 시퀀스가 모여 그가 만들어 낼 작품은 ‘웃음’이 묻어나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 인간미에서 느껴지는 ‘행복’으로 모두가 미소지을 수 있게 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 마늘쇠 콘테스트에서 힘자랑하는 아빠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우리 아빠 최고야”를 외치는 아이의 모습,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미소…. 일단 그가 맛보기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다.
축제장 곳곳의 포토존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진행될 ‘사진 인화 서비스’는 영화 ‘세런디피티’를 떠올리게 했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인화해 소망등터널 아래 달고 주무대 행사가 비는 시간 LED 전광판에 함박웃음 띤 관광객들의 사진을 슬라이드 형태로 보여 주는 과정에서 ‘우연이 가져다 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축제.
“서울 살던 개똥이가 부산 사는 말숙이 사진을 보고 마늘축제장에서 다시 재회하게 하는 우연, 그 속에서 다시 사랑은 싹트고…” 우연히 찾은 남해를 그들의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보물’로 기억되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이번 마늘축제에서 만들고 싶은 그림이다.
▶‘김종원’,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 야전사령관에서 영화감독까지…. 아니 어쩌면 나흘간의 축제 일정동안 수백번, 아니 수천번 자신의 옷을 갈아입어야 할 그.
전쟁개시일 6일전, 영화 개봉 6일전. 오는 30일, 이동면 마늘나라 일원의 전장 또는 은막에서 그가 어떤 작전과 작품으로 전장의 승리와 영화같은 감동을 선사하게 될지 그를 만나고 난 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적어도 축제장에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그 말에 설레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기사의 기획 의도는 ‘총감독에게 듣는다. 미리 가 본 마늘축제’ 였다.
그리고 그를 만나고 난 뒤 방향을 틀었다. 각 프로그램 꼭지별로 당초 기획의도에 맞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야전사령관으로 때로는 영화감독으로 그가 옷을 바꿔가며 만든 최종 결과물, 미리 맛보게 해 드리는 것보다 직접 느껴보시라는 의도다.
적어도 당신이 ‘주인공’이 돼 미소를 머금고 축제장을 나서게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확신의 찬 약속, 그걸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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