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군은 지난해 11월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확인을 위한 시굴조사를 착수해 최근 시굴조사 성과보고 및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굴조사를 통해 남해군은 고려대장경 판각시기 존재했던 건물지와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 선원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남해군은 지난 11일 군청회의실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시굴조사 성과보고 및 자문위원회’를 열고 고현면 일원에 산재해있는 전 관당성지와 전 선원사지, 전 망덕사지, 안타골유적을 대상으로 시굴조사를 벌인 결과 판각시기 존재했던 건물지와 다양한 유물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시굴조사 성과보고 및 자문위원회에는 정현태 군수를 비롯해 남해군의회 이주홍 부의장, 박삼준 군의원, 하복만 군의원 등 남해군의회 관계자들과 남해문화원 하미자 원장, 향토사연구소 김동규 소장 등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화방사 주지 종호스님, 보리암 주지 능원스님 등 종교 관계자가 참석, 이번 시굴조사 성과를 짚어보았으며 또한 현장조사에 참여한 김미영 책임 연구원(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이재명 연구원(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기와 부문), 류창환 연구원(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이성현 연구원(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자기 부문)이 참석, 시굴조사 성과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및 보고회에 참석한 자문위원으로 고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자문위원으로는 경상대 조영제 교수, 경상대 고영훈 교수, 부산대 이호열 교수, 동의대 최연주 교수, 영남대 정인성 교수가 참석, 이번 발굴 성과에 대한 중요한 의의와 앞으로 발굴·연구방향 등을 제시했다.
이번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시굴조사는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용역으로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1월 고현면 일대의 4개소(전 관당성지, 전 망덕사지, 전 선원사지, 안타골유적)를 대상으로 시굴조사에 착수했다.
▲ <사진 5장>-▲남해군은 지난해 11월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확인을 위한 시굴조사를 착수해 최근 시굴조사 성과보고 및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굴조사를 통해 남해군은 고려대장경 판각시기 존재했던 건물지와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관당성지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조사결과 전 선원사지에서는 최소 6기의 건물지와 축대시설을 확인했으며, 귀목문 암막새와 수막새, 다량의 청자편이 출토됐다.
전 관당성지는 경지정리로 인해 내부의 건물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관당성의 외곽 경계로 추정되는 부분을 확인했으며 성의 외곽에서 건물지 1기와 기와무지, 습지층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안타골 유적에서도 고려청자편과 기와편이 다량으로 출토된 담장지 등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전 선원사의 부속암자로 추정되는 백련암에서 완전한 문장인 ‘長命願施納銀甁壹口李○○’와 ‘長命願施納銀甁壹口朴○○’ 명문 기와가 출토됨으로써 전 선원사지(‘願施納’ 출토)와 전 관당성지(‘長命’ 출토)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시에 조성한 유적이었음을 확인하게 됐다.
명문의 구성은 기원의 목적과 시주하는 내용물 및 단위, 시주자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명문과 함께 조합한 문양과 제작방법, 명문의 내용을 통해 고려대장경 판각시기에 제작된 기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명문에 기록된 '은병'은 고려시대 중앙에서 사용하고 관리하던 고액화폐로서 국가 차원의 거래나 고관, 귀족 등 상류사회에서만 유통됐는데, 고려사 등의 문헌기록 이외에서 은병의 사용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미가 크다.
▲ 남해군은 지난해 11월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확인을 위한 시굴조사를 착수해 최근 시굴조사 성과보고 및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시굴조사를 통해 남해군은 고려대장경 판각시기 존재했던 건물지와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안타골, 백련암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시굴조사를 담당했던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김미영 연구원은 "'은병' 명문, '귀목문 기와', '고급자기' 등의 유물을 통해 볼 때 고려대장경 판각 시기에 남해 고현면 일대에는 고려 중앙 지배층의 직접적인 관리와 통제, 지원을 받는 공공의 기구가 있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조영제 자문위원은 “시굴조사에는 많은 한계가 따르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조사가 됐다”며 첫 운을 뗀 후 “명문 기와를 통해 시기를 판별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1994년 처음으로 조사에 참여했던 정인성 자문위원은 “혹한기에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앞으로 가마 유적에 대한 흔적을 찾는데 집중을 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발굴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문위원회에서는 그간 성과에 대한 격려, 앞으로의 발굴 방향 제시 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조사·연구에 대한 신중함을 거듭 당부했다.
최연주 자문위원, 고영훈 자문위원 등은 “기와 명문 내용, 서체 등을 바탕으로 해당 시기를 추정하는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찾기 위해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문위원회를 정리하면서 류창환 연구원은 “건물지의 규모, 배치 등을 확인하는데 전면발굴조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고려시대 건물지가 고현면 일대에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고현면에서 명문기와가 출토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딜가도 판각지 흔적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은병’이 새겨진 기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단지 기록으로 남아있던 부분이 고고학적 자료와 함께 일치돼 그 의미가 상당하다. 앞으로 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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