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낭비 초래하는 무분별한 편의시설 설치 삼가야’

장애인편의시설 일본과 한국의 비교연구 주제 해외연수

 

군내 사회복지사 ‘남해팀’이 선진 장애인편의시설 현장연구를 위해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STX복지재단에서 후원하고 경남도사회복지협의회에서 주관하는 ‘2012 사회복지사 해외연수사업’ 공모에 선정된 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남해장애인근로센터 송대성 대표, 경남시각장애인연합회 장홍이 남해군지회장, 남해장애인종합복지관 류학기 사무국장, 남해소망의집 김종건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남해팀은 최근 남해지역의 많은 사회복지 이슈들 중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와 연관된 편의시설에 대한 조사연구를 주제로 삼고 팀을 구성, 지난 6월 제안서를 제출해 참가 신청을 하는 공모형에 선정됐다.

연수는 남해요양원 하택근 원장이 단장으로 남해팀과 합류해 실시됐다.

이들은 4박 5일간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인 동경을 중심으로 총 6개 사회복지시설 및 체육센터, 장애인당사자단체를 견학했다.

또 장애인편의시설과 관련해 지하철역, 쇼핑모르 관공서, 병원, 인도 등 다중이용시설 10개소를 방문했으며 현지 장애인복지시설 및 단체의 종사자들과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다.

남해팀은 “최근 남해에 여러 시설물들이 새로 신축되고 있지만 다중이용시설 및 관공서에서 조차 편의시설에 대한 정확치 않은 기준으로 설치되는 부분이 많아 현실적인 건축설계와 보다 장애인 중심의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현재 남해팀의 구성원들은 4월부터 자체적으로 연구 활동을 해 오고 있었으며 이러한 논의 및 고민을 하던 중 5월에 이번 연수를 공모사실을 접하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6월 7일에 선정발표 된 후 월 2회의 연구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고 사전 연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수의 결과는 이르면 10월 말경에 완성되며 11월경 남해군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주체로 지역 주민들과 사회복지 공무원, 사회복지현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개최될 세미나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남해팀은 이번 연수를 주최한 경남사회복지협의회에서 11월 말에 연수성과발표회를 실시할 예정에 있으며 2013년도 경남사회복지세미나 등에서 해당 연수결과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남해팀은 “주제를 ‘장애인편의시설 일본과 한국의 비교연구’로 설정한 만큼 이번 연수를 통해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보 및 그들의 사회활동에 있어 환경적 제약이 없도록 현장 실무적, 그리고 제도정책 제안자 역할을 해 좋은 성과를 얻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은 남해팀 중 간사역할을 맡았던 류학기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로, 일본 장애인편의시설의 특징, 사회적 인식, 남해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연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추진된 것 같다

 

기존 해외연수는 보통 기관에서 추천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실무자나 실질적으로 연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닌 기관장이 가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의 접목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해외연수는 성과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정말 사회복지 현장의 아젠다와 이슈에 대해 현장 중심의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현장에 접목하고 변화를 꾀할 목적으로 신청해 가는 해외연수이다. 연수를 주최한 경남사회복지협의회 측에서는 공모에 정말 많은 곳에서 지원을 해 심사위원들이 4개 팀을 선정하는데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 사회복지 및 장애인 편의시설의 특징은

 

대부분 일본은 선진국, 잘사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 분명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왜 선진국이고 잘사는지에 대한 기준은 다르게 느껴졌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근검절약이었다. 또한 일본과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구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다르다가 아니라 차이가 난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선 일본은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고 실례를 하는 것을 병적으로 꺼려한다. 그리고 항상 생산적인 활동을 지향하고 불필요한 금전적 지출을 하는 것을 배척하려고 노력한다. 즉 상대방에게는 격식과 예우를 극진하게 다하며 가혹할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의 시설, 운영, 정부지원도 이러한 정서적인 면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회복지 현장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의 정책은 앞서가는 부분도 있지만, 서둘러 가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하나를 제대로 하고 다른 것을 하는 것 같았던 느낌이다. 우선 시설 운영은 청결함과 아늑함을 주는 분위기가 잡혀져 있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져 시설 운영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또한 정부지원은 충분하게 이뤄지고 있고 시설에 대한 평가가 점검 등은 행정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평가와 점검을 하고 있었던 것이 큰 차이였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차이는

한국과 일본은 정서적 차이가 크다. 하지만 현지 장애인복지 관계자들과 워크숍을 할 때 들은 얘기를 빌리자면 일본인들은 본인이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분야나 타인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지만 정작 자신이 피해를 입는다면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장애인복지시설이 자기들 주거지로 건립되는 것에 대해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팀원이었던 장홍이 위원이 1급 시각장애로 휜지팡이를 가지고 보행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장홍이 위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혼잡한 동경시내를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일본 국민들의 배려 덕이라고 생각한다. 장홍이 회장이 걸어오는 모습만 보이면 무려 10미터 이상 전부터 최대한 흰지팡이가 걸리지 않게 해주는 모습이나 흰지팡이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 모두 보행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길을 터주는 등 마치 모세의 기적과 같은 현상을 연출해 주는 일본국민의 높은 국민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남해군과 일본 편의시설의

차이는 무엇이며 제언 하자면

 

사회복지제도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 특히 남해와 비교하자면 무척 많은 것을 얘기해야 하지만, 이번 연수는 편의시설 관련 현장연구 중심으로 진행된 부분이기 때문에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해 언급하겠다.

우선 한 가지를 예로 들면, 읍 사거리에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노인, 어린이 등의 보행자를 위한 LED발광 점자보도블록이 있다. 이 시설물은 약 3년 전부터 점자 하나하나가 불이 켜지질 않더니 흉측한 시설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수리를 공식적으로 요청을 한 적도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남해읍에 거주하는 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이 LED발광 점자보도블록을 유심히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뒤돌아서는 모습을 본적도 있다.

남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설치된 이러한 LED발광 점자보도블록 시설물들이 수리나 보수가 되질 않고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다시 뜯어내거나 앞으로 설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관리가 불가능하고 관리를 하자면 또 다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해야 하는 점이다.

둘째, 도심에서 많은 불빛이 운전자의 시각을 혼란케 하여 운행을 어렵게 하는데 LED발광 점자보도블록 역시 안전운행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셋째, LED발광 점자보도블록을 설치한 곳을 가보면 어떤 곳은 중간 뒷부분이 2개이고, 어떤 곳은 4개, 또는 3개 등 일정한 규칙도 없고 왜 뒷부분이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게끔 설치한 곳도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혹은 남해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해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사회복지관련 제도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시행한 제도를 후발주자로 이어 받아 온 것이 많다.

일본의 후발주자라고 해서, 다른 지자체에서 유행한다고 해서 무분별하고 정확한 인식 없이 설치할 경우 오히려 흉물로 변하거나 예산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라는 것은 뒤따라가는 것을 말하지만 단지 앞선 사람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닌, 후발성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으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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