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열정이 소규모 학교를 살린다’.

끝이 없는 공문, 공개 수업이다 뭐다 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연의 일 외에도 갖가지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생님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말이다.

또 어떻게 보면 ‘성적만 올리면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만든 현재 교육정책 속에서 선생님들에게 ‘소규모 학교를 살려라’고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것 같은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확실히 교사의 열정이었다.

성명초등학교에는 모든 교직원이 열의를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데 특히 백종필 선생님(45, 진주)<사진>의 학교와 학생에 대한 애정과 부지런함은 소문이 자자하다.

진주가 고향인 백종필 선생님에게 성명초등학교는 특별하다.

성명초등학교는 그의 첫 발령지다. 선생님은 1991년 성명초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진주 지역과 남해군 내 여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다시 성명초등학교로 왔다.

20년 만에 다시 성명초로 왔지만 그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남해군내 전반적인 교육환경은 20년 전보다 시설이 많이 개선되고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지만 여러 학교가 통합을 했는데도 학생 수가 너무 많이 줄어들어 있더라는 것.

또 신규 교사는 많으나 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 경력의 교사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기회만 되면 남해를 떠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더욱 발전적이어야 한다. 늘 처음보다 더’라는 교육철학을 가진 백종필 선생님은 20년 만에 돌아온 성명초에서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희망성명 별빛교육’을 창안했다.

희망성명 별빛교육은 다양하다.

과학전람회 참가로 교육감상 수상 및 학생들에게 자신감 부여, 팀을 만들어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찾아 조사하며 공부하는 배낭수학여행, 다른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는 교류학습, 열심히 하면 가족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쿠폰제도, 영어, 수학, 과학, 한자 수준별 무학년제 지도, 학년군 통합이수프로그램 등이다.

그 결과 성명초등학교는 지난해 전국100대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과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전국연중돌봄우수학교 3년 연속 교과부장관표창, 경남학력우수학교 3년 연속 교육감표창을 받았다.

또한 각종 공모 사업 응모를 통한 사업비 확보로 연중 아이들을 책임지고 가르치는 여건을 만들고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분위기 조성해 모든 선생님들이 평일 저녁 늦은 시각뿐만 아니라 토요일과 방학도 거의 반납해 학교에서 아이들 지도에 매진했다.

이 외에도 교장선생님과 전 교직원이 함께 학교를 살리기 위해 먼저 실적을 쌓고 모범을 보이면서 학부모와 지역 주민, 동창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교장선생님은 업무 중에서도 틈만 나면 ‘몸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매일 화단을 가꿔 ‘몸빼 교장선생님’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그 노력들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지자 학생 수가 늘었다.

성명초에는 2010년도에 10명이 전학을 왔으나 졸업생은 많고 입학생은 적어 2011년 3월에는 3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그 이후 지속적인 전학으로 현재 학생 수는 60명에 이르렀다.

60명 중 38명이 전학생이며 군내학생은 22명 16명은 부산, 김해, 마산, 전남 등에서 전학해 온 학생들이다.

백종필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개별화 지도가 가능하며 예산이 대도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어떤 교육활동이라도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없으며, 좋은 자연 환경 자체가 좋은 교육자료이다”고 대도시에 비해 남해군과 같은 농산어촌의 교육환경이 가지는 장점을 설명하며 “작은 농어촌도 대한민국 사람 사는 땅이고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알고 무조건 경제 논리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농어촌 학교의 장점을 살려 좋은 교육활동을 전개해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과 아울러 도시나 지역 중심의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는 학생들이 학구에 관계없이 전학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제도의 빗장을 열어 주는 것이 더욱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규모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지향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라 학교의 여건과 지역의 특성을 살려 소규모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학교 나름의 특성화되고 차별화된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며 “모두가 잘살고 행복한 남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을 먼저 살려야 한다. 그러므로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지역 모두가 하나 된 교육공동체라는 마음과, 지역경제가 학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향토장학회 기금 조성 마련 등과 같은 다양한 상생의 방법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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