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용 볼링장

견학 4일째 우리 일행은 요코하마 라폴장애인전용체육관을 방문했다. 이 기관은 약 20년 전에 개관한 곳으로 종합스포츠문화체육센터라고 할 만큼 장애인 전용수영장, 전용볼링장, 전용트랙, 시각장애인 달리기 공간, 양궁, 보치아, 장난감도서관, 수화통역지원, 문화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7:3의 비율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이용을 하고 있었으며 장애인, 노인, 아동 어느 누구도 이용에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 외에도 요코하마 라폴 주변에는 다양한 문화, 체육, 종합운동장, 프로축구 전용구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먼저 볼링장에서 시각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볼링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이 레일에 올라가면 음성으로 신호가 오고 공을 던지고 나면 혼자서 핀이 얼마나 어떻게 남았는지 점자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 연령에 상관없이 어느 누구나 볼링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주차장에 가는 것이거니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육상 트랙이 설치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육상 경기장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달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장비는 시각장애인이 손으로 잡고 트랙을 돌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음성안내가 되어 코너나 마치는 위치를 안내해 주어 혼자서도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설이 20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나로서는 너무나 부럽고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우리 지역과 단적인 비교를 해보면, 요즘 읍사무소 앞 마당 장애인전용주차장 앞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어있다.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장소를 놓아두고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설치했단 말인가? 편의시설 중 유일하게 전용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사회가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배려가 아니었던가? 이것을 민간도 아니고 꼭 지켜야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지자체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행한단 말인가?

또 하나 공용터미널 1층 화장실 앞에 설치된 것은 무엇인가? 여자 화장실에서 남자 화장실이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 키 높이에서 판자로 막아 놓았다. 물론 이 설치로 인해 위의 문제는 해결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본 기자가 화장실에 가다가 그 판자에 얼굴을 부딪쳐 안경이 손상되고 이마에 약간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본 기자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장애인이 이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나와 똑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에 터미널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시정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더 가관이다. 장애인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대답이 아닌가? 다른 방안이 있을 텐데 너무 쉽게 접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쪽이 편하면 또 다른 쪽은 피해를 본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는 걸까?

이것이 우리와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복지 문화의 차이이다. 시설은 돈만 있으면 언제나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복지의 가치관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생각에서의 전환이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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