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남해군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남해군수측은 화력발전소 유치와 함께 ‘첨단에너지 파크’라는 무지 고급스런 개념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찬반투표결과는 반대가 약간 우세하게 나왔다.

이것이 사실은 남해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남해군민의 마음은 뭔가 멋진 산업체를 유치하여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욕구보다, 그래도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웰빙의 욕구가 좀 더 강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남해군수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굳이 반대표에 찍었던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있다. 근래 남해군을 이끌었던 모든 지도자들이 ‘청정자연’ 개념 속에서 정책을 실시해왔는데, 이번 화력발전소 유치의 건은 오히려 그 청정자연에 역행하는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본 기자가 진주시 유등축제의 한 장면을 찍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진주시 남강 일대에서 펼쳐진 진주시 유등축제에는 전국지방자치단체를 알리는 상징물등 전시코너가 있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자기지방을 대표하는 캐릭터나 대표축제를 알리는 유등을 만들어 전시한 코너인 것이다.

그런데 유독 남해의 유등은 마늘 몇 쪽만 덩그러니 만들어 놓았다. 웰빙이라는 말이 언급되어 있지만 마늘 몇 쪽짜리 유등을 보고는 도저히 웰빙의 분위기가 상상되지 않는다. 게다가 남해의 대표캐릭터인 ‘해랑이’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함평군의 황소가 나비와 놀고, 제천시의 박달신선과 금봉선녀가 신선놀음할 때 우리 해랑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거기 마늘이란 물건만 있고, 사람(캐릭터)이 없는 것이다.

김두관 전 남해군수시절에 해랑이란 캐릭터를 만들고, 하영제 전 남해군수시절에 보물섬이란 트레이드마크를 만들었다면 현 군수시절에는 해랑이와 보물섬이 늘 붙어다니게 하는 게 단편적으로 보는 정책의 일관성일 것이다.

더구나 휴양도시, 웰빙고장을 강조하려면 해랑이와 보물섬과 마늘과 시금치 등이 늘 붙어다니게 해야 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발전소 등 친환경산업시설을 계획한다면 이 역시 해랑이와 보물섬과 청정남해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아마 우리 남해인의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당연시 자리를 잡고 있는 일관성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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