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VS털게 흥미진진 맛 대결

이른 새벽,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해치운 어부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열흘 전 쳐놓은 불통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들었을까? 오늘 잡힌 물고기를 팔면 이것저것 살 것도 사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하리라.’ 즐거운 상상에 배를 모는 어부의 손끝은 날렵하기 그지없다.

어부가 끌어올린 원형그물(불통) 속은 그대로 작은 바다다. 광어, 도미, 문어, 털게, 도다리 등 어류, 갑각류, 두족류를 망라했다.

그 중에서도 이맘때 가장 반가운 놈은 도다리와 털게, 바로 남해의 봄을 대표하는 바다생물들이다. 3, 4월 털게와 도다리는 살이 꽉 차 일년 중 이맘때가 가장 맛있다. 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 터, 지금 남해최고의 봄철 진미를 만나보자.(주꾸미는? 이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도 있을 듯하나 최근 어획량이 들쭉날쭉해 남해의 봄을 대표한다고 선뜻 말하기 어려우니 열외로 한다.)

 

▲봄 도다리

봄 도다리 겨울 광어라는 말이 있듯이 도다리는 단연 남해의 봄철 명물이다. 불통을 끌어올리면 오른쪽으로 몰린 눈을 껌뻑이며 펄떡펄떡 뛰는 도다리. 구이, 매운탕, 조림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 등 조리법이 다양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도다리 요리는 쑥과 함께 먹는 도다리 쑥국이 최고다.

도다리 쑥국은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대체로 된장을 푼 뒤 쑥과 도다리를 넣고 끓여내지만 남해에서는 쌀뜨물에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끓이다가 도다리를 넣고 마지막으로 파릇파릇한 햇쑥을 듬뿍 넣어 먹는다. 다른 양념이 필요 없는 시원한 도다리쑥국의 감칠맛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풀릴만큼 입맛을 돌게하며 향긋한 쑥향과 부드러운 도다리 살이 어우러져 최고의 음식궁합을 만들어낸다.

사실 도다리가 제일 많이 나는 철은 겨울(12월)이다. 그러나 겨울은 도다리의 산란기여서 어획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살도 없다. 알이 빠지고 살이 오르는 이즈음 도다리가 맛이 가장 좋으며 값은 1kg에 3만 5천원에서 4만원 선이다.

 

▲털게

남해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남해 특산물로 꽃게탕처럼 얼큰하게 먹기도 하지만 끓는물에 그냥 쪄내는 털게찜이 가장 대표적이다. 껍질이 온통 털로 덮혀 있어 털게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게장으로는 만날 수 없다. 투박한 생김과는 달리 그 쫀득쫀득한 맛은 꽃게는 물론 그 유명한 영덕대게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먹어본 사람들의 중론이다.

봄 털게는 알이 꽉 차 있어 달큰한 게살에 고소한 알까지 맛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잘 쪄진 털게 다리를 가위로 잘라 껍데기를 벗기면 겉보기보다 훨씬 많은 속살이 드러난다. 야들야들한 다리살을 얼추 먹고 나면 게딱지를 뜯어 몸통을 맛볼 차례다. 대게와 달리 털게는 다리보다 몸통에 살이 더 많아 먹는 이를 즐겁게 한다. 아직은 kg당 2만원 선으로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4월이면 더 살이 차오르고 값도 내려간다. 남해 털게가 맛이 좋은 이유는 남해가 한류와 난류가 마주치는 곳이며 여수나 거제에 비해 수심이 깊기 때문이다. 또한 어르신들이 게가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씀하시는 ‘모시뿌리가 올라올 때’가 바로 지금이다.

 

tip-도다리를 보통 가자미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가자미과를 살펴보면 줄가자미, 노랑가자미, 범가자미, 도다리, 문치가자미, 돌가자미, 강도다리, 참가자미, 용가자미, 찰가자미, 물가자미, 기름가자미, 홍가자미, 층거리가자미 등 14종류가 있다. 이중 도다리부터 참가자미까지는 일반적으로 도다리라고 부르며 나머지는 가자미다. 또한 광어와 도다리는 눈의 방향 외에 아가미 방향도 다르다. 뒤집어 배를 봤을 때 아가미가 왼쪽에 있으면 도다리, 오른쪽에 있으면 광어다. 도다리는 배가 하얗고 깨끗한 것이 좋으며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 한 것(15~20cm 내외)이 좋다. 너무 큰 것은 뼈가 단단해서 세꼬시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너무 작으면 살이 별로 없다.

또한 털게는 들어 봤을때 무겁고 껍데기가 단단한 것이 살이 많고 좋다. 동의보감에 ‘몸의 열기를 풀어주는 음식’이라고 나와 있을 정도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활력을 돋우는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방함량이 적고 칼로리가 낮은 반면 단백질이 약 20% 가량으로 다량 함유되어 있고 지질 함량이 적어 비만증, 고혈압, 간장병 환자에게도 좋다. 이에더해 올 초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왕밤송이게(털게)의 종묘생산에 성공해 앞으로 대량생산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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