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석 본지 편집인                       
  
남해군내 모든 기관·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박희태 의원과 하영제 군수, 최채민 의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범군민기구가 광양만환경개선남해군대책위원회이다.

광양만대책위는 지난 2일, 지난해 광양만에 청산가리 독극물 폐수를 4개월 동안이나 무단으로 방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극악무도한 행위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이구택 회장이 10일 오후 2시까지 남해군민에게 직접 사죄하라고 요구했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우리 어민들은 광양만권환경개선대책위와 서울의 중앙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개최해 국회에서 열린 광양만환경개선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우리 어민들은 포스코 본사 앞으로 가 남해의 코앞에 엘엔지저장터미널을 만드는 것에 대해 항의시위를 했다. 그 때 포스코 직원들은 우리 어민들을 향해 ‘여기는 우리 땅이니까 한 발짝도 침범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그 때의 그 비참하고 비통한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우리 어민들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10일 군청회의실에 모인 대책위원회 앞으로 광양제철소장이 보낸 팩스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 한마디는 군청회의실에 모인 모든 대책위원들을 지난해 어민들이 포스코 본사 앞에서 느꼈던 그 비참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빠뜨렸다. 어민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포스코는 남해군민들에게‘너거는 청산가리 묵고 죽어도 괜찮다’고 한 것이다. 인륜을 저버린 범죄행위를 저질러 놓고도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포스코의 오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죄하라는 남해군민의 요구가 과한 것인가?

군사독재정권의 힘을 배경으로 광양만 중심부를 점령한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가동을 시작한 87년 이후 그들의 선전문구대로 포스코는 '소리 없이' 광양만을 죽여왔지만 우리는 단 한 차례도 그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엘엔지저장터미널과 같이 항상 그들이 일을 시작한 한참 뒤에야 그 일에 대해 알게 되고 그래서 소리 몇 번 지르다가 제풀에 지치고 마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랬기에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근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도 포스코는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남해군민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포스코에 보여주어야 한다. 남해군민의 요구를 묵살하고서도 계속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남해군민이 누구인가? 고춧가루 서말을 물고 노량 물살을 건넌다는 전설을 가진 군민이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후예이다. 죽기로 각오하면 이길 것이요, 적당한 각오로 싸운다면 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할 것은 지난 20여년 간 포스코가 망친 어업피해와 농업피해와 건강피해를 보상받는 일이다.

다시는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도록 광양제철소 모든 공정을 우리가 직접 감시하고 강제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일이다. 온 군민이 똘똘 뭉쳐 죽기로 각오하고 싸우는 일밖에 우리에게 남아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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