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미국 ISEF 한국대표로 출전 영예

지난해 창선중학교를 거쳐 경남과학고 합격으로 지역내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던 배영경 군<사진>이 지난달 18일부터 19일 양일간 열린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인재 발굴의 장 ‘제3회 국제청소년과학창의대전’(KISEF)에서 지구과학분야 대상을 수상해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어 모으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과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동 주관으로 매년 국내 권위있는 청소년 과학경진대회에서 연구성과가 인정된 우수작만을 선별해 시상해 해를 거듭할수록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청소년과학창의대전에서 배 군은 같은 학교 친구 두 명(경남과학고 허영진, 좌민채)과 함께 ‘창선도와 인근 섬의 회절’을 주제로 연구논문을 제출해 총 9개 부문으로 나눠 열리는 이번 대전(大殿)의 지구과학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배 군은 자신이 자란 창선도 부근 신수도와 같은 인근 섬 사이의 좁은 해협 구간에서 발생하는 파도(물결파)의 회절현상을 분석해 인근 해저지형의 변화를 관찰하고 해일시 피해 등 자연현상을 관찰한 논문을 이번 대전에 출품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창선중에서 경남과학고 합격 당시 제출했던 것도 창선 지족해협의 죽방렴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담은 연구논문으로 합격의 영예를 안았던 ‘창선 섬소년’, ‘창선 갯가 촌놈’이 또 한번 자신의 고향을 주제로 새로운 쾌거를 거둬낸 셈. 더군다나 배 군은 전국의 과학영재들이 지식과 지혜, 창의력을 겨루는 이 유수의 청소년과학창의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해 오는 5월 미국 피츠버그에 열리는 ‘세계 청소년 노벨상’이라는 별칭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학생과학경진대회(ISEF) 한국 대표로 참가할 수 있는 특전도 누리게 됐다.

일단 배 군의 대상 수상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취재한 기자도 초등학교 3학년때 남들보다 좀 일찍 산수를 멀리하기 시작해 수제비 만드는 강력분은 알아도 미적분은 모르는, 수학책 표지만 봐도 졸음이 쏟아질 정도로 이공계 학문과는 철저하고도 완벽하게 단절된 삶을 살았으니 나이로는 한참 아래 조카뻘쯤 되는 배 군의 학문적 성과나 연구 평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기자의 능력 밖이라는 진솔한 고백부터 해야겠다.

“내 꿈은 어릴적 엄마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천체물리학자”

천재 엄마의 교육방법은 거짓말 같지만 “그냥 같이 노는 것”

일단 이번 대전에서 한국대표로 선발돼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배 군의 꿈은 천체물리학자다. 지금도 경남과학고 천체동아리 ‘스페이스 오디세이’ 회장을 맡고 있고 창선중 재학시절에도 과학동아리 천체관측반인 ‘우수 속으로’ 동아리 활동 등 밤하늘의 별과 유난히 친했던 배영경 군. 어려서부터 공상과학영화를 좋아하고 밤이면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창선 대곡마을에서 엄마랑 하늘의 별을 보며 엄마가 엉뚱하게 내뱉는 별 이야기들이 배 군의 꿈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고.

거듭 말하지만 기자의 그간 삶의 궤적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배 군은 일단 궁금하면 찾아보고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이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했다. 그 궁금증을 항상 일게 도와준 사람이 다소 엉뚱한 기질이 다분한 배 군의 엄마, 이은주 씨였음을 배 군은 웃음으로 인정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저 별은 왜 저렇게 빨갛지?”, “저 별엔 뭐가 있을까?”정도의 지극히 동화스럽고 유아틱한 물음을 던지면 아주 어려서부터 배 군은 “엄마, 나중에 내가 과학자가 돼서 꼭 저 별을 연구해서 엄마 궁금한 걸 풀어줄게”하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왔다고. 그 작던 아이의 꿈이 지금은 경남과학고 진학과 KISEF 지구과학분야 대상 수상, ISEF 한국대표 출전 등으로 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일단 배 군만 그런가 했더니 이 집 꽤나 유명한 집안이다. 올해 경북대 토목공학과 진학예정인 배 군의 누나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이소연 씨와 처음으로 무선교신에 성공했던 청소년 중 한 사람인 이은주 양이라니 ‘이 집안 갈수록 나하고는 쉽게 접점이 잡히긴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어쨌든 이제 5월 ISEF 개막전까지 논문을 영어로 다 번역해야 된다며 미국 가는 기쁨보단 한숨을 먼저 내쉬는 배 군. 의젓하게 주제를 설명하려다 자꾸 먼 산만 보는 기자를 그냥 웃으며 이해해 주던 이 아이가 처음으로 아이답다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배 군은 늘 엄마가 자극해 준 전인미답의 별의 세계를 엿보는게 취미란다. 그래서 배 군은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망원경으로 별보기, 성운 사진 찍기가 제일 재밌다고. 그리고 자신이 천체물리학자의 꿈을 가지게 해 준 엄마가 가장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는 효자다.

기자가 태어나서 처음 듣는 과학용어들이 조금 빈도가 줄고 꿈이야기로 옮겨오는 순간, 그리고 엄마 이야기로 옮겨오는 순간 늘 엄마가 영경이에게 부탁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 진다. “무슨 일이건 꼭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영재를 키워낸 엄마의 교육방법은 거짓말 같지만 그냥 아이와 노는 것이었고 아이와 함께 별을 보며 얘기하는 것이었고 그 엄마의 남다를 것도 없는 교육방식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의 또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창선 섬소년’, 똑똑하지만 순박한 ‘섬 촌놈’을 길러냈다.

하지만 앞으로 영경이가 살아야 할 세상은 정말 제 할 일만 하고 살기에는 녹록치 않은 고달픔도 있을 것.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요맘때 영경이 같은 아이들에게는 주변의 기대치가 항상 더 큰 법이다. 자신은 작은 망원경 하나 두고 평생 별자리만 연구할 수 있는 시골 천문대의 의자 하나면 족하다 생각하겠지만 주변의 바람과 요구는 이 아이를 미 항공우주국 내지는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의 연구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바랄지도 모른다. 그런 영경이에게 꿈의 소중함을, 죽을 때까지 꿈의 가치는 간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쩌면 그런 속된 바람을 전하는 것보다 더 심한 고문이 될지는 모르지만 엄마와 밤하늘을 보며 보냈던 작은 아이시절, 천체물리학자가 꿈이라고 말하며 대상 수상소감을 말할 때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짓는 아이.

이 아이를 보며 꼭 나사못이 되라고 부탁하고 싶다. 망치로 쳐서 단방에 자리를 잡는 못보다는 나사못처럼 돌아가더라도 더 단단하게 벽에 제 몸을 박아 자리를 잡는 나사못처럼…. 때론 돌아가고 더디게 가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나사못 같은 사람으로 자라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영경아! 기억해…. 빙빙 돌면서도 제 몸을 벽에 꼿꼿히 심어놓는 그 나사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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