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이적작업 때 양아 주민들 큰 고통
군보건소 의료진 출동 고통호소주민 진료


 
 
사고당일 오전 11시40분께 사고해역에서 치솟았던 검은 연기는 사고를 수습하던 여수해경
소속 고무보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로 인해 불탄 것이라고 여수해경은 해명했다.
 

지난달 26일 새벽 남해 소치도 부근에서 일어난 나프타원료운반선 모닝익스프레스호(5만6000톤급 파나마선적·선장 강대삼)와 철광석원료운반선 포스브레버리호(11만톤급 파나마선적·선장 이경열) 충돌사고로 모두 1200톤의 나프타가 유출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사고발생 6일만인 지난 1일 유출된 나프타 양이 1200톤이라고 밝혔다. 여수해경은 "나프타 운반선에는 14개의 저장탱크에 모두 7만8000톤의 나프타원료가 실려 있었으며 이날 사고로 이중 6번 탱크가 파손돼 여기에 실려 있던 6500톤 중 1200톤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여수해경에 따르면, 액체상태로 유출된 나프타는 해수면 위에서 점차 기화되어 바다 위에 안개처럼 넓게 퍼져 있었는데 해경은 사고해역에 소화포로 물을 뿌려 나프타 분산을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31일 아침까지 사고선박 위에 남아 있는 나프타와 파손된 6번 탱크에 남은 나프타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고발생지점에서 가까운 상주지역 주민들은 26일부터 계속 가스냄새에 시달렸다. 특히 일요일이었던 30일 새벽녘에는 대량마을과 소량마을 주민들이 심한 가스냄새 때문에 집단적으로 구토와 두통증세를 보여 군청 상황실에 구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군은 보건소 응급의료진을 이 마을에 급파해 모두 70여명의 주민들을 진료하고 투약했다. 최홍규 군 보건소장에 따르면, 주민 중 9명이 구토증세를 호소했고 30명 이상이 두통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한편, 사고 당일 오전 11시40분께 사고지점에서 치솟은 연기기둥(지난호 본지 1면)은 여수해경이 가동한 사고수습용 고무보트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까지 연기기둥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그런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사실을 숨겨오던 여수해경은 “당시 방제작업을 하던 우리 고무보트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로 화재가 발생했고, 고무보트의 연료용 휘발유가 타면서 연기가 치솟았다”고 밝혔다.

여수해경은 또 이 사고로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여수해경소속 기능직 공무원 3명이 1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고에 대해 그동안 확인을  부인해왔던 이유에 대해  해경은  “직원이 다친 사고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군 재난대응체계 가동 안 돼
주민들, 민방위훈련 대체 왜 하나
마을방송 통해 냄새원인·행동요령 알렸어야

선박충돌사고로 발생한 이번 가스사고는 군 당국이 앞으로 광양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다.

광양만에는 여수석유화학단지와 광양제철소, 하동화력발전소에 원료를 공급하는 대형선박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이번 사고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선박들의 계류장으로 활용되는 소치도 부근해상에 대한 관리문제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처음으로 당한 나프타 가스사고에 남해군은 비상시 재난대응체계를 전혀 가동하지 못했다. 나프타가 어떤 특성을 가졌고 나프타 성분 가스에 노출되면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이날 매캐한 냄새의 원인이 뭔지 몰라 당황했다. 집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 집에 가스가 새는지 살펴봐야 했고, 식당에서 밥을 먹던 사람들은 식당주인에게 가스가 새는지  살펴보라고 이르기도 했다. 차량을 운행하던 사람들은 차를 세우고 자기 차에서 기름이 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했다.

만약 군이 비상시 재난대응체계를 가동해 주민들에게 선박충돌사고로 가스사고가 발생했으며, 냄새가 심하면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냄새가 심하지 않은 지역으로 피하라는 주민대응요령을 알렸다면 주민들이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해군이 여수해경으로부터 사고사실을 통보 받은 것은 26일 아침 7시경이었다. 해양수산과장이 현장으로 출발한 시각은 아침 7시 30분, 미조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사고해역에 닿은 때가 10시쯤이었다. 사고현장을 둘러본 해양수산과장이 다시 군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경이었다.

이 때는 이미 이날 저기압 기류를 타고 날아온 나프타 성분 때문에 상주면지역과 남면지역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해군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상주면에서만 각 마을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사고소식을 알린 것은 통영해경남해파출소가 상주면사무소 당직자에게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마을방송을 통해 알려진 내용도 가스의 위험성이나 주민대처요령이 아니라 개인주택의 부탄가스가 새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수준이었다. 

또한 해양수산과는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는 가스냄새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해역에서 나프타 이적작업을 하게 되면서 30일 새벽 소치도에서 가까운 양아지역 주민들은 또 한 번 큰 고통을 당했다.

군보건소 의료진이 현장에 닿은 것은 10시 30분께로 주민들이 군 상황실에 신고를 한 시간으로부터 무려 4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군 재난대응시스템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전혀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최홍규 보건소장은 “선박충돌로 인한 가스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 미처 준비를 못했고 휴일이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두고 군의 한 공무원은 “평소 민방위훈련을 하지만 실제로 일이 일어났을 때는 군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사고가 군의 재난대응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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