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석 본지 편집인                        
  

남해군이 서상매립지에 스포츠파크를 조성하기 시작할 즈음인 지난 98년 남양그룹 류세봉 회장은 스포츠파크 입구에 아리랑마을을 세웠다.

우리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해시계 ‘앙부일구’와 또 하나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고려청자기법’을 통일시켜 누구나 쉽게 소장할 수 있도록 상품화해내는 것이 아리랑마을을 세운 류씨의 꿈이었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류씨의 아이디어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해내기 어려운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것이었다. 또한 류씨의 뚝심이 아니고서는 그런 아이디어가 실천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류씨가 아리랑마을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우선 현시대의 사람들이 ‘청자기법’으로 만든‘앙부일구’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주어야 했다. 만약 류씨가 꿈꾼 대로 전국의 각 학교가 수업용 교구로 활용하기 위해 ‘앙부일구’를 구입해주거나,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국을 기념하는 문화상품으로 ‘앙부일구’를 쉽게 구입해갈 수 있도록 한국관광공사가 아리랑마을을 도왔거나, 그리고 무엇보다 월드컵대회가 관광상품부분에서도 성공을 했더라면…, 지금은 매각을 논할 때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면서 문화상품을 개발했던 대부분의 기업체들은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업체에 납품했다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기대했던 것 어느 한 가지도 충족되지 않음으로 해서 아리랑마을은 상품으로 포장된 20만개의‘앙부일구’를 창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가마에 불을 때는 일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류세봉 회장은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아리랑마을에 사설박물관인 ‘아천문화관’을 연다.(아천은 남양그룹 창설자인 류세봉 회장의 부친 류임두 옹의 호다.) ‘아천문화관’에 소장 전시된 수백 점의 유물들은 류씨가 수십 년 동안 시나브로 수집한 것들이다. 오래 전부터 그는 남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찾을 수 있는 역사유물박물관 하나 정도는 남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 박물관에 소장할 유물들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남해를 대표하는 향토기업인으로서 지역을 위한 일 중에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자는 것이 류씨의 소신이었다. 그러하니 아리랑마을과 아천문화관은 남양그룹의 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류 회장은 아리랑마을과 아천문화관을 매각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아리랑마을과 아천문화관에 투자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룹관계자의 전언이다.

아천문화관에 소장된 유물들이 외지로 팔려나가게 될 것을 짐작하면서 필자는 가난한 자치단체인 남해군에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하고자 한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매각될 일이면 남해군이 아리랑마을과 아천문화관을 인수하는 방안은 어떤지 한 번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광역정부의 도움을 얻고 군 예산을 보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듯 싶다. 아천문화관이 지어질 때 스포츠파크에 들어설 향토역사박물관과 아천문화관을 통합해 제대로 된 박물관을 짓자는 여론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남해군이 아천문화관을 인수하면 향토역사박물관과 통합해 제대로 된 박물관을 만들 수 있다는 당시 여론은 지금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천문화관의 유물들이 외지로 팔려나가고 아리랑마을 부지가 다른 개인에게 넘어간다면 스포츠파크의 특성을 해치는 개발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남해군이 아리랑마을을 인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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